자유(문지영, 2009). 비타엑시바




자유(문지영, 2009)
1장. 자유란 무엇인가
내가 자유롭다는 것 / 왜 자유를 꿈꾸는 가 / 자유와 자유주의
- “그건 내 자유야!”라는 말은 둘 이상의 열린 선택지만이 아니라 실제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자원, 그리고 무언가를 선택할 의지나 욕구가 동반될 때 의미를 지니게 된다(13).. 자유의 전제 1)선택 능력, 2) 의지, 욕구 동반
- 문제는 내 운명이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16)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자유의 핵심은 자율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유를 꿈꾸는 것은 우리의 삶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고 하기 때문이다(17).
-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할 때 자유주의란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정치적 가치로 내세우며, 어떤 제도나 정치적 실천의 평가 기준이 개인의 자유를 촉진․조장하는 데 성공적인가 아닌가에 있다고 믿는 신념 체계”라고 할 수 있다(21)
2장. 자유의 정치사상사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에 대한 사유
- 플라톤에게 있어 자유는 이성을 지닌 인간만이 제대로 향유할 수 있고 또 향유해야 하는 그런 것이다(31).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 의지의 자유는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위의 자유는 외부의 장애물이나 간섭에 의해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의지의 자유에 관한 한 인간은 전적으로 자유로우며, 따라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33). 요컨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 참된 자유란 이성에 복종하도록 의지를 발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34).
-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자유의 핵심은 ‘자치’, ‘자결’이다. 군주국과 대비되는 공화국의 특징은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며(37)..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자유
- 로크가 이해하는 자유의 핵심은 자율 및 자결이라고 할 수 있다(42). 로크는 자유와 이성, 이성과 법 사이의 이러한 관계 설정을 통해, 합법적인 정부에 대한 복종과 개인의 자유를 연결하고 나아가 자의적인 절대 권력의 지배와 대비하여 자유주의적 입헌 정부를 정당화했다(45).
- 자유에 관한 애덤 스미스의 사유는 이러한 초기 자본 주의 사회의 현실적 맥락을 배경으로 한다. 그는 자유에 대한 관심의 초점을 경제적인 것으로 옮겨놓았고,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사적 자율성’ 혹은 ‘경제적 자유’가 (‘공적 자율성’ 혹은 ‘정치적 자유’와 대비되면서) 자유주의의 한 핵심으로 자리 잡는 계기를 제공했다(47).
- 밀이 근대 자유주의 사상가로서 보이는 면모는 이처럼 자본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치명적인 위협 요소가 된다는 점을 지목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또한 대중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권력보다 오히려 여론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로부터 ‘다수의 전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51).. 밀 역시 자유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아닌 일정한 목표 혹은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자유는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의 행복이나 발전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밀은 진정한 자유란 이기심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이웃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행사된다고 보았다(53).
- 17C 고전적 자유주의
19C후반 신자유주의(New liberalism)
- 복지국가 기반, 국가 역할 강조
20C중반 신자유주의(neliberalism)
- 레이거니즘, 대처리즘
신자유주의와 그 후
- 그린에 따르면 자유는 “행하거나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하거나 즐기는 어떤 것을 행하거나 즐길 적극적인 힘 또는 능력”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58).
- 하이에크: 시장의 자유. .. 따라서 시장에 대한 규제나 간섭 같은 개입주의적인 정부의 조치들은 “개인의 자유가 부재한 전체주의 체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62).
-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그뿐 아니라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범주도 달라져왔다. 일반적으로 자유에 대한 이해는 자유주의의 등장을 전후로 하여 뚜렷하게 구분된다. 자유주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기반은 로크가 명료화한 ‘자기소유권’관념. 곧 나의 생명과 육체 그리고 내 노동의 결과인 소유물은 내 것이며, 따라서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행동을 규율하고 내 소유물과 인신을 처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적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자기소유권 관념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자기’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또 자기소유권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볼 것이며 자기소유권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자유주의‘들’이 분화해 나왔다(64-65).
3장. 자유 대 자유
논쟁으로 이해하는 자유 (소극적- vs 적극적-)
- 벌린의 정의에 따르면, 소극적 자유란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각자가 자기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태’이며, 이에 비해 적극적 자유란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상태나 능력’을 뜻한다(70). 영국의 지성사가인 벌린이 <자유의 두 개념>이라는 논문에서 이 두 개념을 도입하여 자유주의적 자유를 소극적 자유로 규정하고..(70). 소극적 혹은 자유주의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민족자결’과 같이 흔히 자유의 이름으로 불러온 다른 이상들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벌린의 주장이다(72).
- ‘~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자유와 ‘~할 자유’라는 적극적 자유
-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유 개념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유에 대한 두 종류의 관념, 두 가지 서로 다른 이해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74). 그렇다면 자유는 적극적인 의미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거나 소극적인 의미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유의 의미는 벌린이 명료화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두 측면이 적절히 조화된 상태에서 가장 잘 파악될 수 있다(78). ... 다시 말해, 사람들이 소극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단지 외부적 방해가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 욕망과 그것의 실현을 위해 적절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선택을 추진하는 신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79).
논쟁으로 이해하는 자유 (공화주의적- vs 자유주의적-)
- 자유에 대한 공화주의적 견해란, 자유를 특정한 종류의 정치 공동체와 연관시켜 보는 입장을 말한다. 즉 공화주의적 자유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유로운 정치 공동체의 시민이 된다는 것과 같다(79; 정치적으로).
- 자유에 대한 공화주의적 견해와 대비하여 자유주의적 견해는, 콩스탕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유를 더 이상 자치 국가인지 아닌지와 같은 정치 공동체의 성격이나 통치의 형태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84). 자유주의적인 의미에서 자유는 오히려 범위 혹은 정도의 문제로 이해된다(84).
- 아렌트는 근대적 자유가 지나치게 사적인 삶의 향유, 특히 경제적 이익의 실현과 관련하여 이해되는 경향에 반해 공화주의적 전통을 복원하고자 했으나 비현실적인점, 물질적 이해관계가 정치적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비판이 제기된다(85). 아렌트로부터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교훈은 오히려 자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화주의적 견해와 자유주의적 견해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이다. ... 즉 공화주의적 자유와 자유주의적 자유는 양자택일의 관계라기보다 전자가 후자의 전제 조건이 되는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87).
자유의 우선순위(현대 사회 자유-공존or갈등?),
-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핵심적인 정치적 가치로 제시하는 이념(운동)이라고 정의되지만, 여기서 ‘자유’는 사실 매우 다양한 ‘자유’들을 포괄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헌법이 보여주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종류가 늘어나기도 한다.
- 적극적 자유의 실현을 위해서는 소극적 자유의 보장이 필수조건이고 또 소극적 자유는 이미 이성적 개인의 관념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96). 자유의 서로 다른 우선순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개인들 사이의 갈등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는 이성적 자기 지배라는 의미를 생략한 채 단순히 소극적인 자유를 가급적 많이 누리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대개 자유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만일 그 자유가 단지 자신이 하고 자 하는 바를 타인의 방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만을 뜻한다면 결코 ‘좋은 것’이 되기 어렵다. ‘좋은 것’으로서의 자유는 그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가 이성적으로 고려되고 도덕적 판단을 거친 것일 때 가능하다. .. 자유의 ‘좋음’에 대한 판단이 병행될 때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97).
개인의 자유&집합적 자유?
- 자유주의가 애초에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는 문제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그것이 발전한 역사적 맥락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99, 앤써니와 비슷한 견해!).
- 집합적 자유: 국가의 독립(주권국가)
- 개인의 자유와 민족 혹은 민중의 자유같은 집단(합)적 자유는 고정 불변의 위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선후를 달리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삶을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102).
- 이렇듯 현실에서 ‘개인의 자유’라는 이상은 불완전하고 불충분하게, 때로는 부적절하게 실현되어 왔고,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집단적 자유에 대한 추구가 그에 대해 보완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103, 모두 중요! 함께 가고!)
4장. 자유의 문제 영역
자유의 이면(폭력으로서 자유)
- ‘자유로운 개인’이 이렇게 한정된 상황에서는 자유의 평등 원칙이 다른 한편으로는 배제의 원칙이었으며, 그 원칙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억압과 폭력이 동반되었다...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의 비판.. 이러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자본가 계급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비판과 백인에 대한 소수 인종의 비판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어 왔다. ‘자유로운 개인’의 범위가 확장되어온 현실의 역사는 갈등과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지배 대 저항의 역관계를 잘 보여준다(110).
- 이처럼 ‘사회적 관계’로서 파악되는 자유는 지배의 다른 이름이며, 지배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 내가 최대한 자유롭기 위해서는 타인을 제치고 사회 관계망 내의 정점에 올라야 한다. 자유를 행사하는다는 것은 결국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며, 부자유는 타인에 비해 열등한 사회적 위치를 반영한다. 요컨대 이러한 관점에서는 자유가 인간의 본성이나 불가침의 권리라기보다 오히려 사회 질서의 안정화 및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간주된다(112).
자유의 이면(통치의 기술 혹은 수단)
- 프랑스 철학자 푸코에 따르면 ‘개인을 자유롭게 하기’는 근대 국가의 통치 전략이다. 근대 자유주의 국가는 다름 아닌 자유를 ‘통해’통치한다. 인간을 자유로운 행위 주체로 규정함으로써 그리고 자유는 이성과 연결시킴으로써 이제 근대 권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통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성적 주체인 개인은 자신의 본성이자 권리로 선언된 자유에 걸맞은 방식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조정하며, 나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114-115).
-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유주의적 근대 권력은 한편으로 그러한 일련의 규율적 집합들을 고안하고 보급함으로써,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를 ‘이성적인 자기 지배’같은 식으로 특정하게 정의함으로써 지배 질서를 유지․재생산해왔다는 것이다(115).
- 이런 관점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중요성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를 모든 인간의 권리로서 규정․옹호했다는 점이 아니라, 최초로 통치의 기술을 자유의 실천과 체계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찾아져야 한다(116).
- 바우만은 자본주의 경제가 “자유에 대한 근대적 관념의 씨가 뿌려지고 가꾸어져서 장치 사회생활의 다른 영역들에게까지 접목된 자유의 배양소”역할을 했다고 본다. 요컨대 ‘자유로운 개인’관념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산물이며,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발전했다는 것이다. 자유를 통치의 기술 혹은 수단으로 보는 이런 관점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의 확대․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근대권력이 개인을 이성적이며 도덕적인 주체로 정의한 채 집합적 유대로부터 ‘해방’시켰다(117). ‘토지로부터의 자유’는 ‘생계유지의 구속’과 다름아니다(118을 내 언어로 바꿈).
- 자유의 이러한 양면성은 ... 로즈에 따르면 자유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사상사의 맥락에서 이상적으로 제시되어온 자유와 구체적인 현실에서 실천되는 자유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무용한 것으로 여겨 버릴 수는 없다. 사상사적 전통의 자유는 현실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경험 세계에서 실천된 자유는 현실의 문제 상황을 발견하고 (자유의) 이상에 구체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모두 포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118-119, 자유의 양면성 모두 쓸모가 있다).
자유와 반자유의 경계(인도주의적 간섭)
- ‘자유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간섭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 있는 밀. 그에 따르면 만일 어떤 사람이 다리가 무너지려는 것을 모르고 건너려 하는데 미처 그 위험을 알려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강제로 그 사람을 붙잡는 것, 곧 그 사람의 (다리를 건널) 자유를 빼앗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 사람이 다리를 건너는 행위의 목표가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경우 그의 (다리를 건너는 행위의) 자유를 빼앗는 제삼자의 개입은 오히려 그의 (삶의) 자유와 행복을 증진시킨다. 또한 밀은 타인(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명백하게 위험을 초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가 정당하게 간섭할 수 있다고 보았다(120-121).
- 밀의 자유원칙: 타인무해+자신자유
- 자유근거: 밀 자유원칙 + 인권, 생존권
- 자유는 원칙적으로 ‘선택’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의 존재, 실제로 선택을 실행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 전제된 후에 자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124).
- 자살에 대해서는 사회가 적극적인 인도주의적 간섭의 의무를 진다고 하겠다(124).
- 요컨대 인도주의적 간섭은 간섭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의 ‘좋음good'이라는 견지에서 정당화 된다. 따라서 역사 문화, 법과 관습을 공유하는 한 사회 내에서 인도주의적 간섭의 문제는 비교적 논란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시각을 넓혀 국제사회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따른다(125).
자유와 반자유의 경계(대중 소비 사회의 자유)
- 로크 => 자유: 자율 + 소유지배권 (129).
- 프랑스 철학자 폴랭은 재산이 로크적 자유의 ‘외적 현시’라고 지적한다. 한 개인의 자유는 그가 가진 재산으로 표현된다(129).
- 자본주의의 일정한 단계에서 개인적 자유는 소유 그 자체보다 소비에 의해 드러나며, 소비를 통해 행사된다(132). 소비자 단계에 들어선 자본주의.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자유는 개인에게 보장된 어떤 행위나 활동의 차원을 넘어 그의 정체성과 직접 관련된다. 즉 소비 자본주의 단계에서 나의 정체성은 소비자로서 내가 행사하는 자유를 통해 구성된다. 내가 사는 집, 타는 차, 들고 다니는 가방, 손에 쥔 핸드폰 혹은 내가 먹는 저녁 식사 등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한다. 계급 차이는 소득 차이에 비례하기보다 소비 수준의 차이에 비례해서 드러나게 된다)(134).
- 소비 자본주의의 이런 관대함, 자유의 이런 새로운 가능성은 바우만이나 부르디외 같은 학자들이 통찰한 대로 “개인적 자유의 영역이 부와 권력을 향한 경쟁에서 상징 경쟁으로 옮겨 감”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135).
소비의 자유는 자본주의 여타 영역에서 좌절되고 박탈된 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보상해주는 기능을 행하며, 이것이 개인적 자유의 실현 기회를 생산 현장 바깥에서 찾으려는 동기를 더욱 확대시킨다(136, 교육에서의 시사점?).
- 소비의 자유를 실현하는 데 몰두하는 개인은 공적 자유, 공동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권리로서의 자유에 관심이 없으며, 공적인 영역에서 가급적 비켜나 있고자 한다. 그러므로 소비 자본주의 단계에서 자본주의 사회질서는 견고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바우만에 따르면 “사회 통제는 한층 손쉬운 일이 된다”. 소비의 세계가 대중 매체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 있고, 상품-상징의 가치가 과학의 권위를 빌린 이미지들을 통해 전달되는 현실에서 소비자 개인의 합리성이란 결국 매체를 장악하고 끊임없이 광고를 개발하는 자본에 의해 구성/재구성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비의 자유는, 자유의 새로운 형태라기보다, 자유의 이름으로 개인을 자본주의 질서에 길들이는 새로운 억압의 형태가 될 수 있다(137).
5장.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한국 사회
자유와 민주주의
- 자유의 이상은 자기 지배권 혹은 자율성을 핵심으로 하며, 역사적으로 자유를 요구한 운동이나 혁명은 민주주주를 결과하거나 적어도 추구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 정의상 개인의 자유와 양립 가능한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뿐이다(142).
- 근대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개인’의 경계를 확장하면서 ‘평등한 자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를 토대로 함으로써 자유는 단지 지배를 위한 수사가 아니라 저항의 동력이요 새로운 전망의 근거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144). 그렇다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논리적으로 반드시 같이 가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인류 역사는 자유에 적대적이었던 민주주의의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보여준다(145).
- 자유와 민주주의는 서로가 서로를 전제할 때 비로서 이상적인 어떤 것이 될 수 있으며, 함께 어우러져야만 현실을 바꾸는 바람직한 대안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146).
오늘 이곳의 자유
- 그러나 다른 한편, 민족의 자유와 민중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 동안 개인의 자유에 대한 관심은 종종 이기주의와 동일시된 채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집단의 자유를 좀 더 중시하는 한국인의 경향은, 그 역사적 계기와 무관하게, 정권이 개인의 자유를 억업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148).
-(☆필요성)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서 본다면, 개인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민주적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정치 체제이면서 동시에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일 때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적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여러 부문에서 이루어진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개인적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졌다. 양심적 병역 거부나 중․고등학교 종교 교육의 자율성 문제 등이 개인의 자유와 관련한 측면에서 사회 이슈로 다루어지고,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처럼 이전에는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개인적 취향 혹은 삶의 방식이 자유의 문제로 제기되기도 한다. ...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적 가치나 관습, 국가의 이름으로도 유보를 요구받거나 제한될 수 없는 것이라는 의식이 뚜렷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문화적, 역사적 경험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적 자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었던 한국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런 자유화의 경향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148-149).
- 내가 권리로서 주장하며 실천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자유는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149). 그러므로 자유에 대한 우리의 상상과 실천의 토대가 되는 ‘자유민주주의’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먼저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149).
‘자유민주주의’한국사회의 현주소
1987년 이후 이른바 ‘민주 대 독재’의 대결 구도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소멸된 상황에서 IMF 구제 금융을 계기로 한국사회도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시대에 돌입했다. 신자유주의 질서는 자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크게 바꿔놓은 것 같다. 요사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자유에 관한 담론들은 대다수가 ‘재산’을 키워드로 하며, ‘자율성’이란 주로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능력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국가의 임무는 그런 자율성을 간섭하지 않으면서 개인들의 재산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재산의 소유와 행사를 중심으로 자유를 이해하는 경향>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중대한 문제를 초래한다. 하나는, 자유가 재산의 축적이나 사용 같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자유가 수단으로 취급될 때 그것이 인간의 권리라는 점은 잊혀버리게 된다. 자유가 인간의 권리라는 생각은, 자유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인간의 권리인 자유는 그 효용과 무관하며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가 재산권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면, 특정한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유는 관심 영역 밖으로 밀려나고, 심지어 재산권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은 자유와 무관한 혹은 자유가 무용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국가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 복지 수혜 대상자들에게 지급되는 복지 비용은 단순한 공공 부조가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인색한 것이 그 한 예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 것이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개인적 자유에 대한 추구가 공동체의 파편화를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 재산권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혹은 처음부터 거기에 끼어들 의사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날 매력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개인용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보의 자유, 소비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는 철저히 사생활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모든 공적 부담을 벗어던져야 한다. 이런 반공동체적 경향의 자유에 몰두하는 개인이 다수가 될 때,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는 불가능한 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자유를 즐기는 것이 사실은 나와 공동체 전체에 대한 권력의 지배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유를 꿈꾸고 실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유가 인간의 권리라면, 나는 자유롭게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 다시 말해, 나의 자유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나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민감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실천하는 자유가 타인을 수단으로 취급하거나 시민적 자유 또는 노동의 자율성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진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런 노력들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150-152)

인상깊은 부분
1. 자유를 둘러싼 제 이론 개관에 유익
2. 소비 자본주의 단계 insight
3. 현 한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상황/문제점에 대한 정치철학적 분석 알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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