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선(2008). 대한민국 특산품 MP3플레이어 전쟁




나는 눈이 나빠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병무를 마쳤다. 
내가 받은 군사 훈련은 한 달이 전부다. 


그럼에도 '전쟁'이라는 말이 깊에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이 책도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저자의 마지막 해석 부분 앞까지 한 숨에 읽었다. 
긴박했던 전쟁을 다양한 사료로 묘사했다.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심장이 뛰게한 멋진 책이다. 


문단을 의미단위로 잘게 띄운 면이 신기했다. 
수식을 제목에 차용하거나, 
'~것.'이나 '중복 투자로 인한 자원 낭비'로 문장을 종결하는 기술이 특이했다. 



아래는 의미있는 부분을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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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37).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기술' 또는 '기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취약점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MP3P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발업체들은 여전히 '기술(또는 기능상 우위)'에 만족했다. 또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회사들도 청소년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모든 경영자원을 쏟아부었다(52-53).
->학생도!


우리나라 신문을 펼치면 '세계 최초'라는 제목이 유난히 많다. 그만큼 우리가 속도에 중독돼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조급증은 '(글로벌)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도움이 되기보다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더 많다(89).


(스티브잡스) 누가 억지로 '문화'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음악은 다르다. 분명히 '문화'에 속한다.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 속에도 음악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음악은 누구나 좋아한다. 따라서 음악은 투기적인 시장이 아니다(91).


마르키데스 교수는 과거 수많은 산업분야에서 부침을 거듭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시장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 기업은 곧 '지배적 디자인'을 만드는데 성공한 회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신시장을 지배하는 재빠른 2등 전략>>에서 그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지배적 디자인'이란 '우리가 지금 기억하는 제품이 사실상 처음 출현한 것'을 의미한다(105).


이쯤 되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긴다'는 표현은 식상해져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산소(공기)로 숨을 쉬는 것처럼, 1년 365일 내내 음악과 함께 생활한다'는 표현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산소컴퓨터라는 용어는 MIT 컴퓨터과학 연구소 소장을 지낸 마이클 더투조스 교수가 펴낸 책 <<미완의 혁명>>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는 컴퓨터가 산소처럼 도처에 흩어져 잇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MIT는 이를 위해 '옥시전 얼라이언스(Oxygen Alliance)'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는데 연방정부와 디기업이 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이인식 칼럼: 컴퓨터가 산소처럼 흔한 세상",<<한겨례>>, 2001년 5월 20일자) (146).


크리스텐슨 교수의 처방은 단호하다. "오늘의 고객을 무시하고 내일의 고객에게 귀를 기울여야 (파괴형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비현실적 주문으로 들린다. ...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잘못된 경영 탓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고객의 소리를 경청해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훌륭한 경영을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171).
-> 교육과 다름


엠피맨닷컴의 실패는 원천기술이 없는 특허는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경태 JME디지털 사장은 "응용기술을 개발해 취득한 특허 1개로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놓았다(174).


그러나 아이리버의 성공도 아이팟과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아이팟이 단숨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용의 편이성'과 '부가가치'를 꼽고 있다. 디자인이 주로 제품의 겉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사용의 편이성은 제품의 내부 설계와 작동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포함하는 개념이다(178).


(스티브잡스) 이러한 경험은 '디지털 전쟁의 사령탑'으로서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팟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타고난' 디자인 감각이다. ... 둘째로는 최고의 인재풀을 구성하는 능력이다. ... 셋째로 낮은 시장점유율도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순발력이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협상 전략을 들 수 있다(181-183).


이(뉴로스카이) 회사는 독창적인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1, 2차 투자를 차례로 유치했다. 또 미국과 일본, 중국 게임업체들에게서 칩 공급을 선주문받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 비즈니스를 꽃 피우려면 무엇보다 지적재산권(특허)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김호기 KAIST 교수(신소재공학과)는 (당연한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아서 생긴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수십 개 업체가 난립해 있는 스팀 청소기 시장을 꼽고 있다. 중복투자로 인한 자원낭비. 이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사회가 반드시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다(188).


이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삼성과 맞서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사업을 하면서 깨달았다"고 B사장은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 경양자로서 "지금도 당시 상황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달라"며 익명표기를 요구했다(189).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까? 그것은 바로 '전문 인력'이다. 지적 재산을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선진국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지만, '공짜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194).


이(알엔디비즈) 회사의 김정근 대표는 "MP3P 업체들이 판매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수출입 동계를 기준으로 국내 시장규모를 집계했다"고 밝히면서 "그결과 실제와는 동떨어진 시장규모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믿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MP3P 시장규모를 그나마 자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이 보고서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MP3P 산업 및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연구소 중에서는 LG경제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 중에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소 등이 MP3P 관련 보고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에서 펴낸 보고서는 모두 외국 시장조사회사들의 보고서를 요약, 정리하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MP3P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방송보도는 순전히 기업이 발표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MP3P 관련 업체들의 성광과 좌절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사를 찾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이 어디 시장조사뿐일까? 새로운 기술의 평가 및 유(197)통, 벤처캐피털의 심사 방식, 전시회 개최 등도 모두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벤처기업을 둘러싼 경영환영은 '천수답'에 비유할ㄹ 수 있다.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오면 토지가 유실되고 또 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갈라져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 이는 벤처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악조건들이다. 물론 이러한 환경은 MP3P 업체들에게도 족쇄로 작용했다(198).


우중구 시장은 MP3P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엠피아이오의 전신인 디지털웨이를 설립한 것은 1998년 6월. 그는 MP3P를 선탁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따.
우선 음악은 '영원하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MP3P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이는 (우 사장에게) 무궁무궁한 시장을 의미했다(202)
->수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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