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2012). 남자의 물건
우리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선택의 자유freedom of choice’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했는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된다(23).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약한 정도의 ‘신경증’과 ‘학습된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더하다. 집안문제든, 사회문제든 도무지 내가 어떤 결정에 주체적으로 관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어떻게 밀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27).
‘설렘’이다. 가슴이 뛰고, 자꾸 생각나고, 목표가 이뤄지는 그 순간이 기대되는 그 느낌을 우리말로는 ‘설렘’이라고 한다. 설렘이 있어야 상상 속의 목표가 구체화되고 현실화 된다. ... 자유, 민주, 평등과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폼 나 보인다. 그러나 자유, 민주, 평등은 수단적 가치다. ‘행복’과 ‘재미’는 궁극적 가치다(33)!
설렘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로 삶이 행복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위대한 가치나 이데올로기도 내 삶에 구체적으로 경험되지 않으면 실천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지식인이 비겁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구체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좋아하는 게 분명해야 설레는 삶을 살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한 주간 내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가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일을 기다렸던 일을 기억해내면 된다. 바로 그 일들이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다. 그 설레는 일들을 끊임없이 계획하며 살면된다(34).
그러나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공유하는 부자(父子)에겐 갈등의 내용도 그 해결 방식도 다른 것이다(38).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키워나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41).
또 지날 것이다. ... 내 사람에 도대체 무엇이 빠져 있기에 이토록 허전한 것인가? 독일의 심리학자 비요른 쥐프케는 중년의 남자들에게 불현 듯 찾아와 도무지 벗어날 수 없게 엉켜드는 이 무기력감의 실체를 ‘알렉시티미Alexithymie'라고 정의한다. 한국어로는 ’감정인지불능‘으로 번역된다(57).
웬만큼 돈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으면 다들 정치하려고 달려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영웅주의의 실체는 ‘무기력감’이다(58).
<<남자심리지도>>의 저자인 비요른 쥐프케는 ... ‘아내 혹은 여성으로부터 독립’하라 ... 정서적으로 홀로서란 이야기다. 어차피 혼자라는 뜻이다(59).
정서 공유의 경험이 가능하려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야 한다. 말귀 못 알아듣는 한국 남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도대체 뭘 느끼늕지 알아야 타인과 정서 공유할 수 있을 것 아닌가(62).
‘새해에는(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한다!’(65)
옛날에는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게 인생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때는 인생이 진짜 짧았다. 지금 학부모 세대가 대학에 다니던 1970~1980년대의 한국인 평균 수명은 60세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100세를 넘겨 산다. 아주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 평균 수명 60세 때의 20세와, 평균 수명 100세 때의 존재론은 전혀 다르다. 우리의 자녀들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굵고 짧게 사는 세상이 아니다. 길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인생의 기회도 여러 번 온다. 좋은 대학 가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행복한 세상이다. 오래오래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젊어서 일찍 잘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67).
우리도 80~90세는 너끈히 사는 세상이 되었다. 50대 중반이면 다들 은퇴한다. 나머지 30~40년을 행복하게 살 자신은 있는가(68)?
삶의 속도와 기억의 관계에 관한 심리학자들의 주장(기억할게 없으면 삶의 속도가 빨리 느껴진다)이 옳다면 이 ‘미친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70).
심리학의 창시자인 빌헬름 분트는 인간이 경험하는 ‘현재’의 길이를 측정했다. 약 5초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불과 5초만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71).
일단 성공한 이들은 젊은 시절 엄청나게 고생한다. ... 믿었던 사람에게 철저하게 배신을 당한다. ... 다시 굳게... (72).
이젠 ‘근면’ ‘성실’ ‘고통’ ‘인내’ 같은 지난 시대의 내러티브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차원의 성공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재미’ ‘행복’ ‘즐거움’의 내러티브가 진짜 성공한 삶의 조건이다(74).
심리학적 개념을 익히면 사람들의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면을 읽어낼 수 있다(75).
이런 인간들과는 안 만나는 게 최고다. 내 비교 집단에서 아예 제외해버리는 것도 행복의 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비교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사람들과 노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된다. ... 삶의 영역이 전혀 다르니 비교할 것도 없이 아주 마음 편하다(90).
대나무는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가 있는 까닭이다. 마디가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진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93).
인간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 표정, 몸짓, 말투다. 심리학자 메라비언은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시각이 55퍼센트, 청각이 38퍼센트의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정작 전달하고 싶은 말의 내용은 고작 7퍼센트라는 것이다(95).
기분 좋은 느낌, 상쾌함을 먼저 전달해야 내 이야기를 듣는다. 이건 억지로 꾸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순식간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진정 즐겁지 않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제발, 자기 자신부터 설득하란 이야기다(96).
내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음의 건강은, 하루에 도대체 몇 번이나 기분 좋게 웃는가로 판단한다(101).
마음의 질병은 반드시 몸의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게 ‘심신의학psychosomatics’의 핵심이다(102).
우리 대부분은 이제 100살까지 살 수 있다. 계속 발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발달심리학의 새로운 경향인 ‘전생애발달life-span-development'이론의 핵심 내용이다. 어디로 발달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계속 발달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두렵고 고단해진다. 그래서 요즘 우리가, 아니 내가 그렇게 불안한 거다(105).
자기 이름을 소개하라. ... 상호작용의 양이 중요하다. 무조건 많이 만나야 한다. 관계의 총량이 많아야 마음이 움직인다(110).
그렇다면 웨이터를 그만두어야 한다. 체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가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미있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내가 재미있어야 상대방도 즐거워진다. 결국 자신의 삶이 재미있는 사람들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112-113).
나이 들수록 ‘시인’ ‘사진작가’ 같은 직함이 부러워진다. 이들의 직함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132).
... 일이 궤도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리니, 이제 ... 것을 탐구한다(135).
(시인 김갑수:) “물건에 헌신하다 보면 내가 사라지지.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야. 빠지고 몰입하는 거라고. ‘자아’라는 주체로 서는게 아니라 대상에 함몰되는 거지. 돈이나 밥이 아닌 다른 것에 함몰되는 것은 참 근사한 거야”(138-139).
(사진작가 윤광준:) “실력이 안돼니 무한대의 시간을 퍼부을 수밖에. 매일 글을 써 반복으로 단련시킨 글쓰기가 문장과 내용이 되더군”(145).
내가 요즘 겨우 그 느낌을 아는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이제 겨우 60개 정도 모았다. 그것도 다 싸구려다(155).
(이어령) 종이 위에 쓸 때와 자판을 통해 컴퓨터에 입력할 때의 내용이 서로 달라지는 것을... (162).
(이어령: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은 시간을 소유하려 보석을 담는다. 남성은 공간을 정복하려 말, 자동차를 사거나 성을 쌓는다(164-165).
(이어령) 그 사람 어떠냐고 물으면, “그 사람 영혼이 참 맑아” “아주 강직해. 바른 사람이야”라고 답한다. 그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매우 추상적이며 정서적이다(170).
서구 근대성의 핵심은 '주체' '자아'의 구성에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주체와 자아가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신영복은 지적한다. 인간의 상호관계에는 서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184).
신영복의 1차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이었다. 대상화 타자화, 분석에서 이해, 공감으로의 변화다. ... '가슴에서 발'까지의 2차 여행이었다. ... 이해, 공감도 참 중요하지만 여기서 자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엉터리다(185).
(신영복:) 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187).
'추체험'이라고 했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일을 하나하나 반추해서 되돌리는 방법이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기억에서 다시 불러내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존재였는가,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방식이다(188).
(문재인: )바둑을 두는 이들의 공통점은 감정의 기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그 엄청난 사건들을 겪으면서, 리더의 감정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가를 아주 확실하게 보여준다(219).
(안성기: ) 그는 매사가 진지하고 조심스럽다. 가까운 여배우들이 문자를 보내와도 정해진 상투적은 문구로 일관한다. 나름 반갑고 친한 표현을 하고 싶어도, 어느 맥락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231).
조영남은 일단 ‘전문가들’에게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자신이 무지한 게 아니고, 그들이 잘못된 거라는 신념이 있다(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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