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윤(2013). 허기사회. 글항아리




주창윤은 우리 2013년 우리 사회를 허기사회로 보았다. 그는 세대 간 단절, 이념적 단절, 소셜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과잉,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서 밖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가상공간 속에서 이어지는 불안감 등이 관계적 결핍을 야기한다고 말한다(13). 가능성이 상실된 현실에서의 탈주는 가상의 관계에 집착하게 만들고, 가상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불안감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부추긴다. 이 모순성이 심리적으로 관계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것 역시 일시적 위로일 뿐이지 진정성 있는 타자와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본다. 

아래는 책 인용 글...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세대와 '함께' 혹은 세대 '속으로' 들어가서 청춘을 말하기 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인생의 선배가 20대들에게 개인적으로 위로한다. 김난도는 청춘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고,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으며, 인생은 하나하나 쌓아가는 퍼즐과 같은 것이므로 누구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을>은 위로를 조금 넘어서 자기치유를 말하고 있다. 잠깐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힐링 캠프>도 다르지 않다. <힐링 캠프>는 치유를 프로그램 기획의도로 제시하면서 정치인, 연예인,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유명인사의 개인 고백을 통해서 이들도 과거에는 얼마나 아픈 상처를 가졌는가를 말한다. 지금은 내가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나도 과거에는 아픈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치유 문화는 자기고백과 고통의 심리학에 기대고 있다. 이것은 '위장된 치유'에 지나지 않는다(26~27).
힐링이 하나의 문화코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소진' 때문일 것이다. 소진은 말 그대로 '타서 없어지는 것burn-out'이다. 타서 없어지는 것은 우리 삶의 에너지나 목표이기도 하고, 사회(혹은 역사)와 나 사이의 적절한 긴장 관계이기도 하다. 소진증후군은 대체로 이상이 높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이나 적응력이 강한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역동적인 한국 사회에서 열정이 식으면서 침체가 나타나고 좌절이 오면서 소진의 징후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소진되어 나타나는 허기는 정서의 상품화로 판매되고 있다(27).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서의 상품화가 갖는 문화정치다. 김수미는 치유 문화의 상품화 경향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세력으로서 시민 주체성이 탈각화하는 부분을 지적한다. 치유 문화의 이데올로기는 인간 본성을 정서적 측면으로만 규정하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사이의 건강한 긴장 관계는 사라진다. 사회적 쟁점과 관련해서 심리 과정으로 자아에 대한 내적 성찰만이 강조된다. 사회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 없이 정서적 결정론으로 대체되는 것이 바로 탈주체의 이데올로기다. 이제 모든 문제는 정서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개인으로 돌려지고 있을 뿐이며, 열등한 정서는 순화되어야 하는 문제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성공한 멘토들이 등장해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을 뿐이다(27).

-> 저자는 김난도가 말한 유학파 제자인가? 2010년의 그가 쓴 <대한민국 컬처코드>에서 김난도는 추천사를 써주었다. 저자는 이것을 김난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답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김난도의 답변은 무엇일까?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소진을 타자의 차원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우울증의 귀결로 본다. 이는 과도한 긴장과 과부하로 파괴적 특성을 나타내는 과잉된 자기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이른바 '성과 주체'의 등장은 자기 자신과의 전쟁으로 인해 지쳐가는 인간의 등장을 뜻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지쳐감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힘이 빠져가는 주권적 개인의 증상이라기보다는 자발적인 자기 착취의 병리학적 결과이다"라는 게 한병철의 진단이다.
한병철이 철학적 탐색으로 소진 상태의 본연의 의미를 규정해보려 했다면, 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이 참여한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는 소진 상태를 한국의 사회문화적 양상에 적용시켜 따져본다. "일이든 공부이든 노는 것이든, '끝을 볼 때까지' 자신을 탈진시킬 만큼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완전한 방전'이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가 곧 소진사회다.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에너지 드링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언어습관, 놀이문화 등의 저변을 관통하는 공통의 요소에는 소모의 자학적 경지를 추구하는 소진 상태가 깔려있다. 
성과중심주의, 경쟁중심주의 사회에서 소진은 은밀이 권장되는 미덕이 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인것 같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불사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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