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2014). 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유시민(2014). 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유시민이 말하는 한국현대사를 한 문장 한문장 단숨에 읽었다.
그 자신의 이야기가 녹아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미래를 제시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다. 역사는 과거를 '실제 그러했던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방송 뉴스와 신문보도가 현재를 '실제 그러한 그대로' 전해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보여주는 2014년의 대한민국은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만 선택해서 보도하며, 서로 다른 목적과 시각을 가지고 그 사실을 해석하기 때문이다(8).


나 자신은 부끄러움과 분노, 긍지와 설렘처럼 상충하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대한민국은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다. 우리의 현대사가 영광과 승리의 역사라는 주장과 불의와 오욕의 역사라는 주장은 둘다 옳다. 하지만 절반만 옳을 뿐이다(28).


우리 민족은 또한 전통적으로 지식을 중시하고 지식인을 우대했다. 고려시대에 이미 성균관이라는 국가교육기관을 세우고 고위공무원 공채제도를 도입했다. 고려 말 무신정권시대를 제외하면 언제나 지식인 집단이 국가를 운영했다. 게다가 우리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가지고 있다. 한글은 쉽게 익힐 수 있는 과학적인 문자다. 우리가 산업화를 시작한 1960년대 후반에는 물리적 힘과 물질적 자본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이 부와 권력의 원천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이미(63) 눈앞에 와 있었다. 소비재 경공업으로 출발한 대한민국 경제가 금속,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전통적 중화학공업을 거쳐 전자,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까지 세계 경제의 기술적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데는 지식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 아울러 우리는 역사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매우 균질하며 중앙집권 정치체제에 익숙한 민족이다. 상이한 인종과 종교, 크게 다른 문화와 전통이 뿌리내린 나라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 이슬람권과 달리 종교와 세속권력이 결합해 변화와 혁신을 봉쇄하는 일도 없었다. 우리는 일제침략기에 국채보상운동을 벌였고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운동을 한 민족이다. 공동의 사회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고 의지를 묶어내는 집단적 능력은 경제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회적 자원이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변화는 기적이 아니다. 일어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일 뿐이다(64).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1805~1859)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68)
-> 마찬가지로 삶의 질도!


역사는 두 길을 가지 않는다(104).

역사에는 연습이나 실험이 없으며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다(104).


소득불평등 또는 소득불균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이다. 지니계수는 모든 국민이 완전하게 균등한 소득을 얻으면 0이 되며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독점하면 1이 된다. 지니계수가 0.3미만이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며 0.4를 넘어가면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최고 소득계층 20퍼센트의 평균소득을 최저 소득계층 20퍼센트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소득 5분위 배율은 높아진다(163).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함께 진전되었다. 무엇이 이런 선순환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원하는 삶을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욕망이다. 그렇게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유가 있어야 한다. 자유를 누리려면 물질의 결핍이 주는 억압을 극복해야 하고, 부당한 제도와 낡은 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175).


그것은 대한민국이 난민촌에서 병영으로, 병영에서 광장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우리 세대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이었다(291).
-> 유시민의 대한민국 현대사에 관한 관점은 '난민촌->병영->광장'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 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욕망과 의지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 있다. 우리가 만든 대(417)한 민국현대사의 갈피마다 누군가의 땀과 눈물, 야망과 좌절, 희망과 성공, 번민과 헌신, 어리석은 악행과 억울한 죽음이 묻어 있다. 그 55년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는 그 모든 것에 공명하고 싶어 하는 동시대의 벗들에게 말하고 싶다. 벗이여,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41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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