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Brown (2009). 고성연 (역) (2014). 디자인에 집중하라. 김영사
그는 이처럼 교량이나 육교, 터널 등을 건설할 때 단지 편리하고 효율적인 통행수단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6).
그(데이비드 켈리)는 누구에게든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을 설명할 때마다 꼭 ‘사고thinking’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바로 그때, 내 머릿속에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라는 표현이 번뜩 떠올랐다. 나는 그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영역의 문제들에 대처하는 일련의 원칙을 설명할 때 디자인적 사고라는 말을 이용한다. 디자인적 사고로 전향했을 뿐 아니라 세상에 널리 전파하려고 애쓰는 ‘열성 팬’이 된 것이다(14).
정해진 답이 따로 없고, 수용 가능한 범위에 제한이 없으며, 반복적인 접근방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디자인적 사고가 무질서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하다 보면 디자인적 사고의 프로세스가 매우 합리적이며 계획한 결과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예측 가능한 계획은 지루함을 낳고, 지루함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탈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보다 실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는 편이 낫다. 다시 말해 모든 과정을 함께 거치면서 아이디어를 집단적으로 공유하며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팀을 꾸려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32).
이처럼 제약을 기꺼이 수용하고 나아가 열렬히 환영하는 자세야말로 디자인적 사고를 떠받치는 탄탄한 토대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에서는 중대한 제약을 발견하고 그런 제약을 평가하는 틀을 만드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제약 요소들을 아이디어의 성공적 구현을 위한 차원에서 구체화시키자면 다음의 세 가지 기준에서 설명할 수 있다. 실행력(가꾸운 미래에 기능적으로 구현 가능한가), 생존력(지속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호감도(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또는 소비자들을 위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가)가 바로 그 3대 요소이다(33).
하지만 오늘날 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단독’행보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건축은 물론 산업디자인이나 그래픽디자인처럼 전통적인 디자인 영역에서조차도 ‘팀’ 단위의 작업은 오랜 세월 동안 일종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왔다(45).
애초부터 일이 어떤 식으로 굴러갈지 결정돼 있는 환경에서 억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한 조직의 물리적, 심리적 오간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효율성을 정의한다(54).
차세대 디자이너들은 스튜디오나 상점만큼이나 기업의 중역 회의실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성인 문맹부터 지구온난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디자인 과제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63).
창조의 과정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디어와 개념을 창출한다. 그러한 신선한 아이디어는 전문가나 경영 컨설턴트를 고용해 ‘통계적 평균’인 사람들이 설문조사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보다는 정비소에 가서 앞뒤가 맞지 않는 수리공의 기술을 살펴보거나 아마추어 목수의 작업을 지켜보는 와중에 얻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시작하는 통찰의 단계는 나중에 접하게 되는 엔지니어링 단계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하다면 어디에서든 그러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69).
고객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고, 일하고, 노는 곳으로 직접 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착수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집중적인 관찰 기간을 필수적으로 동반하기 마련이다(71).
<공감: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기>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느끼는 공통의 감정을 ‘공감’이라고 부른다. ‘공감’이라는 이 귀중한 요소는 디자인적 사고와 학문적 사고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된다(79).
지금 우리는 기업들이 신상품을 만들고 고객은 수동적으로 상품을 소비했던 20세기와 소비자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미래의 중간 지대에 최상의 기회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93).
디자인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조차도 오래도록 소중하게 여겨왔던 자신만의 견해와 작업 방식을 급작스럽게 떨쳐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직적인 방법론에 입각해 일을 한 사람들의 경우엔 위험도가 너무 높고 오차 범위가 심각하게 좁다고 두려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인도하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적어도 디자인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핵심적인 경험은 공유할 수 있다(100).
<집중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디자인적 사고를 경험한다는 것은 네 가지 심리 상태 사이에서 춤을 추듯 왔다갔다 하는 것과 다름 없다(102).
<분석과 통합>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결국 자료를 정리, 해석하고 일관성 있는 설명으로 엮어내는 강도 높은 통합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오늘날 구글, 3M과 같은 기업들을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로 하여금 근무시간의 최대 20퍼센트를 개인적인 실험에 할애하도록 장려한다(111).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소위 인텔리전트 디자인intelligent design(창조론과는 궤를 달리하면서 과학으로 무장해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론자들의 최근 이론)이라 불리는 방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태만하고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조직문화는 상향(하의상달)식의 자유로운 실험과 상의하달식의 지침을 현명하게 결합한 모델이다(112).
디자인적 사고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과 팀, 조직 전체가 함께 낙관적 문화를 배양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은 새로운 발상을 시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또는 팀에게)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세상 사람들의 충족되지 못한 잠재 욕구를 채워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믿어야 한다(116)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을 때) ... 회사 내부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가득 퍼졌고, 직원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을 이뤄낸 것이다. 낙관주의는 자신감을 필요로 하고, 자신감은 신뢰에 의해 싹튼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다시피 신뢰는 쌍방향으로 흐른다.
어떤 기업이 낙관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지, 실험적인 도전정신이 넘쳐 흐르는지,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익숙한지를 알기위해서는 굉장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단지 감각을 동원하면 된다. 말끔하게 정돈된 베이지색 방보다는 어지럽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찾아야 하며, 낮고 단조로운 소리가 이어지는 밋밋한 대화보다는 ‘와하하’ 터지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IDEO는 식음료 업계에서 상당한 프로젝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식품과학자도 있고 주방도 갖추고 있다. 덕분에 나는 종종 공기 중에 떠다니는 흥분과 활력을 그대로 ‘냄새 맡을 수’ 있다(117).
<시각적 사고>
디자인 전문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갖기 위해 장시간을 투자한다. 그것은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그림으로 나타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잘하기 위한 연습은 아니다. 그런 수준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간단한 소프트웨어 하나만 있어도 쉽게 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의 핵심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배운다. 단어와 숫자를 나열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디어의 기능적인 특징과 감성적인 요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림뿐이다(121).
디자인적 사고는 결국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이다(129).
통합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논쟁이 되는 문제의 범위를 넓혀 생각하는 비결을 알고 있다. 이들은 ‘또는’이 아니라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동원한 연결성 있는 사고를 추구한다. 또 비단적적이고 다방향적인 상관관계를 모순과 대립의 원천이 아니라 영감의 원천으로 여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성공을 거둔 리더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을 능숙하게 포용한다. 그들은 최상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는 복잡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활용한다. 복잡성은 창조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원천이기 때문이다(130).
데이비드 켈리는 모형 제작을 가리켜 ‘손으로 하는 사고’라고 이름 붙였다. 나아가 구체적인 항목들을 명시할 뿐만 아니라 치밀한 계획에 의해 틀을 잡아나가는 추성적인 사고와 비교했다. 디자인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 이 둘은 양쪽 다 가치를 지나고 있고 각자 맡은 몫이 있지만 전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훨씬 더 효과적이다(136).
프로토타입 제작은 프로젝트의 속도를 증가시키며 새로운 발상을 둘러싼 다양한 탐색 작업들이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 제품 디자이너들은 저렴하고 조작하기 쉬운 소재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마분지, 서핑보드, 나무, 그 외에도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모든 물건과 재료들을 동원할 수 있다(138).
‘야생에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작업의 또 다른 형태로는 세컨드라이프나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같은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투자를 단행하기 전에 소비자들로부터 제안 대상이 된 브랜드나 서비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150).
덩치가 커진 만큼 위험부담이 컸고 안전망도 없었다. 따라서 나는 디자이너들이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개시한 것이다. 우리가 시작한 프로젝트는 회사를 새롭게 창출하는 작업이었다(156-157).
이때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는 ‘작은 d로 시작하는 디자인design with a small d’이었다. 이는 박물관의 근사한 받침대와 라이프스타일 잡지의 표지를 우아하게 장식할 제품을 만드는 창작활동에서 벗어나 디자인을 일상생활의 모든 단계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뜻했다(157).
(유나이티드에어라인서비스) ...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출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기대와 흥분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유발했다. 이 같은 경험은 나의 일정에만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깊게 자극하는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든다(167).
이처럼 소비자의 기대치가 한층 더 높아진 배경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많이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분석이다. 그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사람들은 일단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보다 의미 있고 감성적인 만족을 찾아 나선다고 주장했다. 엔터테인먼트, 은행, 보건 등 서비스 경제가 제조업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성정을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월트디즈니) 체험이란 심도 있고 뜻 깊은 것이다. 체험은 수동적인 소비가 아니라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한다(169).
현대인들은 온갖 정보와 물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의미있는 체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면서도 오히려 과잉공급에 뭍힐 것 같은 위협을 느낀다(172).
하지만 디지털 음악과 인터넷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은 단지 음악을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직접 음악을 찾은 후 믹싱 작업을 하고 샘플을 만들고 조합하며, 그렇게 해서 완성된 창작물을 다시 배포한다. 애플의 ‘가라지 밴드’와 같은 응용 소프트웨어는 정식 교육을 받지 않도록 음악을 창작할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는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된다.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도 학교 숙제용으로 만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의 배경 음악을 독특한 사운드 트랙으로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173).
앞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식품 유통기업인 홀푸드마켓의 인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홀푸드는 유기농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체험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신선한 식품을 진열하고 무료로 샘플을 맛볼 수 있는 시식 공간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고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풍부한 정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 등 홀푸드의 면면은 소비자들이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계속 서성거리며 구경하고 참여하도록 고안되었다. 홀푸드의 본점인 텍사스 오스틴 매장에 가보면 심지어 고객들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같은 ‘체험형 브랜드’는 고객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다(175).
체험을 디자인하는 강렬한 도전에는 호텔산업보다 더 흥미진진한 곳이 없다(180).
그(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집안 구석구석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꼼꼼함을 발휘해 ‘삶의 체험’을 디자인했다(186).
가장 크게 성공한 최상의 ‘체험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사용자에게 안전한 지침이 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성공적인 체험은 능동적인 소비자 참여를 필요로 한다. 둘째, 믿을 만한 근거가 있고 진실하고 흡인력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은 그로 인한 즐거움과 혜택을 잘 안다. 셋째, 모든 접점은 깊은 사례와 정확한 판단에 의해 실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 체험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때는 스위스 시계처럼 세밀함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189).
우리는 아이디어에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스토리텔링은 문제해결을 위해 본질적으로 인간중심적 접근방법, 즉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하는 일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195).
상명하달로 이뤄지는 권위가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고 중앙에서 통제하는 관리체계가 무너지는 오늘날의 혼란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처럼 세상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스스로 빛을 발산하고 널리 보급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205).
그 중에서도 인간의 정서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현장에서의 관찰을 반복하던 디자인팀은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고 싶은 개인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216).
수동적인 소비자로 머물지 않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단지 돈을 벌고 소비하는 차원을 벗어나 의미 있는 가치를 찾는 탐색으로 이어진다(256).
이때 나는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겼던 모든 놀이와 활동, 혁신과 창의성에 담긴 특성들을 연결하는 시리어스플레이serious play에 대해 얘기했다. 첫째, ‘손’으로 움직여 세상을 탐색하는 능동성, 둘째, 아이디어가 있다면 직접 실체로 빚어냄으로써 시험하는 도전정신, 셋째, 역할연기를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활동들은 아이들이 놀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성들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성인 세계로 진입할 무렵이면 우리는 대부분의 귀중한 재능들을 잃어버린다. 그 첫 단계는 바로 학교에서 시작된다. 분석적이고 수렴적인 사고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방식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창의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믿음을 갖거나 아니면 소수의 괴짜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을 지닌 채 학교를 떠난다(315).
모든 학생 프로젝트에는 인간중심적인 연구,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입 만들기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하지만 d스쿨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디자인적 사고의 핵심 원칙을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자유롭게 운영되며 교육 공간은 시기적절하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또 교과과정은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교육의 프로세스 자체가 ‘현재 진행형’프로토타입인 것이다(318).
디자인적 사고는 확산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손아귀에 쥐고 있는 선택의 범위를 좁히기보다는 확대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하지만 참신한 발상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디자이너의 경향이 혁신 프로세스의 맨 마지막에서야 불거져 나온다면 그것은 별 가치가 없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고 있기 때문이다(323).
극단적 사용자들을 찾고 그네들을 소중한 창조적 자산으로 여겨라(327).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 톰 켈리는 “혁신은 눈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을 즐겨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훌륭한 디노베이터는 관찰을 한다. 위대한 디노베이터는 일상을 관찰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쯤은 잠시 하던 일을 머추고 일상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라. 대부분 한번 휙 보고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혹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행동이나 물건을 다시 한번 눈여겨보라. 마치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형사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이다. ... 산업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 재스퍼 모리슨이 슈퍼노멀Super-Normal이라 불렀듯이 ‘평범한 속의 비범함’에 몰두한다면 생활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불문율에 대한 비상한 통찰력을 지니게 된다(335).
누구나 한번쯤은 무어의 법칙과 플랑크 상수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에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과 지나치게 극도로 동일시된다면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가 사유재산과 같은 속성을 지닌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진부해지고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어떤 아이디어가 조직을 통해 끊임없이 치환과 결합, 변이를 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발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337).
분명 세상에는 인생의 모든 단계를 미리 계획한 대로 살아가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 불행히도 이러한 방식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게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누가 우승할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인생을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실험적인 행동이든, 새로운 발견이든, 관점을 달리해 세상을 보는 것이든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니면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가시적인 결과물로 전환시켜줄 소중한 기회들을 찾아나설 수 있다. 그때 순식간의 경험으로 지나가버릴 수도 있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가보로 남을 수 있는 어떤 것을 창조하는 방법을 배운다. 또 보상이라는 것이 단순히 소비로부터가 아니라 창조와 재창조의 과정에서 온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창조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특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은행의 잔고가 아니라 세상을 더 밝게 하는 아이디어로 성공을 가늠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341).
<새로운 디노베이터를 기다리며>
그들(디노베이터)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자산은 낙관주의, 실험주의에 대한 열린 자세, 스토리 텔링에 대한 열정과 사랑,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손으로 사고할 줄 아는 본능이다. 다시 말해 거장이 지닌 단순함의 미학을 바탕으로 복잡다단한 아이디어를 구축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시각화시킬 수 있으며, 세상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이들은 단지 디자인을 ‘한’게 아니라 디자인을 삶으로 ‘살아낸’ 것이다(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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