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코드알지를 제안하며

나는 작년 SW교육 선도학교를 운영했다. 작년 창의재단에서 만든 교재를 활용해서 2015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주 1회 창체시간을 통해 운영하려고 했다. 교재를 받고 보니 소프트웨어교육에 ‘관한’ 내용만 나와있지, 실제 소프트웨어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 적어서 안타까웠다.

  가령, 1단원 정보사회 이해와 정보통신윤리 저작권 문제는 학생들이 배워할 소프트웨어교육과 무관한 내용이 많았다. 2단원 역시 응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작하는 내용은 기존 컴퓨터 활용 교육과 다르지 않았다. 3단원에 제시된 그림을 숫자로 바꾸기와 컴퓨터의 일처리 방식을 ‘책을 통해서’ 알아보는 과정은 학생들이 매우 지루해하고 교사 역시 가르치기 힘든 내용일 것 같았다. 일선 교사들은 소프트웨어교육에 대해 전혀 모르신 분이 많다. 4단원 문장으로 프로그램 만들기, 기호로 프로그램 만들기는 1차시 40분을 사용하기에 너무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4단원 3차시부터 교육용프로그램언어인 스크래치가 예시로 제시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제시되어서 현장 교사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4단원 중후반에서 ‘드디어’ 펭귄을 움직이는 활동이 나온다. 현장에서 창체시간 주1회 소프트웨어교육을 하려고 시수를 가장 많이 잡아도 20시간을 넘기 어렵다. 앞에서 제시된 1단원 2단원 3단원 내용을 끝내기도 벅찬 시간이다. 나는 4단원 중후반에 나온 EPL을 교재 제일 앞에 배치해서 학생들이 ‘just coding’하며 몸으로 느끼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코딩을 해보고, 거기에서 컴퓨팅 사고력 개념 활동이나 언플러그드 활동 및 문장이나 기호로 프로그램 표현하기 활동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은 이미 디지털네이티브다.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다양한 디지털 자료가 제공되면 좋겠다. 제일 의아했던 부록에 제시된 스티커보다는 웹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 제시라든지, 미래교육관련 영상 큐레이션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제안을 해본다.
서책형 SW교재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다. 학생들의 SW교육을 위해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에 맞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서책형 교재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면 기존 여러 채널(창의재단, 엔트리교재, EBS, 네이버 소프트웨어야 놀자, 삼성 주니어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기타 출판된 20여종 이상의 EPL 교재)에서 나온 교재와 차별화하기 매우 힘들다.

한국형 code.org 싸이트 개설을 제안한다. 나는 작년 유럽코딩주간, 아프리카코딩주간, 미국 코딩주간을 옆에서 지켜봤다. 현재 소속한 학교에서 Computing at School(영국 CAS) Hub를 운영하고 있고, 아일랜드 Coderdojo Zen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은 학부모와 일반인과 함께 가는 소프트웨어교육으로 읽힌다. 코드오알지에서 촉발된 일반인과 함께 가는 소프트웨어교육으로 인해서 미국은 40조펀드를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할 때 교육 및 일반 시민들의 동참 및 지지를 받게 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현장 교사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교육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많다. 다행히 알파고 이슈로 인해서 많이 홍보가 되었고 ‘해야하는 구나’로 바꿔지기 했지만 쉽지 않다. 현장 학부모 및 일반인들은 소프트웨어교육을 공부의 하나로 접근해서 새로운 공부를 또 시켜야 하냐고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작년 미국 code.org 에 제시된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된 체험프로그램을 학생들과 같이 했다. 뽀로로 이후 새로운 초통령이 된 마인크래프트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비록 간단하지만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된 코딩 체험프로그램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최신이슈를 코드알지에 적용한 점이 부러웠다.

단지 교재 제작에서 끝나지 않는 보다 거시안적으로 한국형 코드오알지가 만들어져서 학생도 교사도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으로 한시간이면 체험할 수 있는 코딩 싸이트가 조직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

물론 미국 코드오알지 컨탠츠를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전교생에게 1학년부터 2학년까지는 코스1까지,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코스2까지, 선정된 선도부학생들에게는 코스3까지 운영했다. 코드오알지의 좋은 점은 교사가 학생의 진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부분 과정이 번역투의 한글로 제공되거나 대부분 영상은 한글 자막 자체가 없다. 한국인의 감성이 녹아든 한국형 코드오알지가 필요한 이유다.

만일 위 제안이 상당히 거시안적이고, 실현하기 힘들다면, 교재를 만들 때 참고할 두 교재를 추천한다. 필자가 현재 상황에서 볼 때 가장 잘 써진 교재는 지도서로는 소프트웨어야 놀자 교사용 교육지도서다. 다음으로 학생교재로는 최근 개방된 주니어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교재 중 크리에디티브1 과정 교재다. 스토리텔링형태로 수업처음부터 학생들에게 EPL에 바로 들어가게 하는 형태로 좋다.

전문가를 추천한다면 엔트리교육연구소 송상수선생님을 추천한다. 송상수선생님은 본인이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코딩을 해와서 학생들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대 졸업 후 2년간 현직 교사를 하며 교육의 이론과 실제도 알고 있다.

주제별 최신이슈관련해서, 전문가들에게서 ‘만들어진’ 이슈 및 실생활 문제가 아닌 학생이 현재 직면해있는 문제를 학생들이 ‘만들어서’ 풀게 하는 방법이 있다. 디자인씽킹을 적용해서 학생들이 EPL을 가지고 실제 문제들을 푸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든 실생활 문제들이 일선 초등학생들에게는 ‘그들만의’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컴퓨터과학 개념보다는 EPL의 요소(순차, 반복, 조건, 함수)를 소개하면 좋겠다.

주제 관련 활동은 현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현장에서는 컴퓨터실을 활용하기 어렵고, 노후된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교가 많다. 따라서 지금 소프트웨어교육 운영학교에서는 팀벨식의 언플러그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진법 바꾸기나, 픽셀화 만들기와 같은 컴퓨터가 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작동과정에 관심이 있는 서구의 문화와 우리나라 문화는 다르기 때문이다.

비봇과 같은 언플러그드 로봇을 가지고 단위시간에 학생과 교사가 스스로 만들게 하는 체험이 필요할 것이다. EPL관련해서는 두 가지 꼭지로 구성해야할 듯 하다. 온라인 기반과 오프라인 기반이다. 온라인 기반해서는 스크래치 2.0 및 스크래치X, 그리고 엔트리로. 오프라인 기반해서는 스크래치 1.4와 엔트리 오프라인 버전을 기초로 하면 작성하면 나을 듯 하다.
피지컬관련해서는 학생들이 1인 1툴을 가지고 실습을 하기 위해서 아두이노우노를 사용하면 나을 듯 하다. 이미 S4A나 엔트리사에서 관련 교재들이 공유되어 있으니 활용해서 작성하면 좋을 듯 하다.

알파고로 기폭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교육이 더욱 흥왕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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