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봇과 함께하는 융합형 SW교육 사례

비봇과 함께하는 융합형 SW교육


최만
(봉선초등학교)



Ⅰ. 비봇과의 만남


  비봇과 만남은 송상수 선생님 덕분이다. 올해 초 소프트웨어야놀자 교사 연수에서 송상수 선생님의 환상적인 강의에 폭빠졌었다. 그 강의 중 언플러그드에 대한 설명을 하실 때 스크린에 비춘 화면에서 비봇을 처음 보았다.


  언플러그드는 컴퓨터없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형태를 말한다. 올해 2월 창의재단에 SW교육 선도학교 운영계획서를 작성할 때, 수집한 자료에는 호주 팀벨 교수님팀의 CS 언플러그드활동이 유명했고, 그것으로 올해 SW교육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왜 송상수 선생님은 언플러그드 활동을 설명할 때 사용한 것인가? 그때부터 비봇에 대한 나의 관심은 시작되었고, 그 관심이 교육 현장에서 실천될 때 송상수 선생님의 혜안을 약간은 느낄 수 있었다.


  비봇은 영국 TTL사에서 만든 유아, 초등 저학년용 코딩 로봇이다. 크기는 어른 손만하고 꿀벌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비봇으로 명명한 것 같다. 전후좌우, 1초간 멈추기 이 다섯 개의 명령조합을 어른 손톱 크기의 버튼을 눌러서 입력한 후 실행 버튼을 누르면, 명령대로 움직이는 간단한 형태다. 자체 센서도 없고, 명령을 실행한 후 눈에서 빛이 깜빡하는 것이 전부다. 흥미로운 점은 TTL사에서 나오는 제품이 2,000여 가지가 넘는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5년동안 꾸준히 사용된 점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비봇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한다.



Ⅱ. 에코스쿨스와의 만남


  SW교육을 진행하면서 늘 마음에 부담이 간 친구들은 1학년, 2학년 학생들이었다. 필자가 소속한 봉선초등학교에서는 SW교육을 전학년 전학급이 주1회 실시하는데, 1, 2학년이 실시하는 코드 닷 알지의 코스1는 그들이 하기에는 쉬웠고, 그 다음은 무엇을 하지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 엔트리라는 프로그래밍언어도 함께 가르쳤지만, 그들의 관심을 이끌기 부족했다. 피아제의 용어로 구체적 조작기인 학생들에게 형식적 조작기인 ‘추상’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치 200일된 아이가 뭐든지 입으로 맛보며 세상을 느끼듯, 그들은 직접체험으로 느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다. 물론 CS 언플러그드에 나온 컴퓨터의 원리를 설명하는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아직 숫자의 의미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진수 변환이나 픽셀 그림같은 활동은 무리였다.
그때 생각한 교구가 비봇이었다. 유투브에서 비봇을 검색했다. 프랑스에서 비봇 하나만을 가지고 교사 연수를 진행한 몇 년전 영상이 눈에 띄였다. 남미지역에서 비봇을 가지고 비봇 탱고를 추는 영상을 보았다. 어떤 수학 학원으로 보이는 곳에서 비봇을 가지고 수학 수업을 하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들을 보면서 1학년 2학년 학생들에게 미안함은 이제 기대감으로 느껴졌다.
비봇을 사려고 세계를 뒤졌다.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90달러에서 형성되는 것을 보았다. 운송비를 포함하면 110달러정도 되리라. 국내에서 비봇을 판매하는 곳을 찾았다. 에코스쿨스라는 곳이 보였다. 가격이 온라인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다. 행정실장님과 교장선생님과 상의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국내총판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셨다. 이 때 에코스쿨스 이동연 대표님을 전화로 만날 수 있었다.


  이동연 대표님은 참 특이한 분이시다. 어릴 때부터 코딩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3년전에 영국 TTS과 국내 총판 정식 계약을 어렵게 맺었다고 한다.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전기제품 승인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마트 문화센터와 유치원을 중심으로 비봇교육을 3년동안 쭉 진행했다고 했다. 외로웠다고 했다. 이젠 그만 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학부모님들이 “이거 얼마예요?”, “어떻게 사요?” 라고 물었을 때 집에 가면 장난감으로밖에 사용이 되지 않아서 판매를 안했다는 점이다. 교육자 대상으로 판매를 했다고 하는데, 수요가 거의 없으니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최근에는 가격이 해외 가격과 비슷해져서 다행이다.


  그의 회사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가보면 비봇이야기는 별로 볼 수 없다. 일단 유아동에게 코딩교육이 필요한 연원부터 꼼꼼히 따진다. 그리스 철학자가 언급되기도 하고, 미래 학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의 비봇에 대한 접근에서 비봇에 대한 깊은 철학까지 엿보였다. 그리고 비록 외국교구로 교육을 하지만 국내형 로봇으로 교육을 할 것이며, 그것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 교육자로서 존경심을 갖게 했다.



Ⅲ. 비봇 팔형제와 함께 하는 SW교육



필자가 만난 비봇의 이름은 이렇다. 광봉일, 광봉이, 광봉삼, 광봉사, 광봉오, 광봉육, 광봉칠, 광봉팔. 먼저 봉일이와 봉이와 만난 후 4학년, 5학년 120명과 함께 수업시간에 테스트를 한후 저학년 투입을 위해서 다른 여섯 비봇 식구를 입양했다. 성이 ‘광’인 이유는 광주를 뜻하고 이름 앞의 ‘봉’은 봉선초등학교를 뜻한다. 늠름한 봉일이와 봉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정이 많이 들어서이지만, 막내 봉팔이도 귀엽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다른 이유 하나는 학생들에게 비봇이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또한 학급에 여러 비봇들이 돌아 다닐 때, 쉽게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이렇게 되니 학생들도 쉽게 이름을 부르며, 비봇보다는 더 본질적인 SW교육 언플러그드 활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비봇으로 진행하는 수업의 첫 시간은 ‘비봇과 놀아요’라는 수업 목표로 진행되었다. 비봇 1차시 수업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율동으로 환기
② 비봇으로 할 수 있는 활동 소개: 탱고춤
③ 비봇 작동법 소개
④ 비봇 유의점 소개(제일 중요하다)
⑤ 저스트 비봇(5코딩)
⑥ 저스트 비봇(7코딩)
⑦ 후기 나눔


  먼저 율동으로 환기하는 이유는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율동은 ‘퐁당퐁당’ 가족 버전이다. 귀엽고 작은 아이 버전, 예쁜 엄마 버전, 아무 크고 씩씩한 아빠 버전 율동을 원래 박자에 이어 빠른 버전으로 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전 붕붕 떴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재미있겠는데’ 하고 기대감이 더 들게 된다. ‘와 이 선생님은 뭔가 허용해 주는 구나’라고 학생이 느끼면, 그 수업에서 학생의 사고력은 증폭되게 된다.

다음으로 비봇으로 할 수 있는 활동 중 재미있는 영상을 소개한다. 필자는 주로 두 비봇이 추는 탱고춤을 소개했다. 이 때 학생들의 눈동자와 비봇에 대한 호감 관심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리고 나서 간단한 비봇 작동법을 소개한다. 복잡하면, 복잡해진다. 간단한 비봇 작동법 소개도 매우 간단히 끝난다.


  그 후 필자가 현실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의점을 소개한다. 이것을 학생들이 비봇을 만지기 바로 직전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비봇이 바퀴가 달렸다고 생각해서 다른 여느 자동차처럼 끌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고장나면 수리가 가능하지만, 수리하는 동안에 학생의 교육이 어느 곳에서는 지체되기 때문에 매우 신경써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유의점을 말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비봇을 체험토록 한다. 처음에는 봉일이와 봉이만 가지고 수업을 했기 때문에, 체험을 못하는 학생들은 비봇으로 만든 영상들을 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여덟식구가 와서 충분하게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는 5개의 명령을 입력해서 실행하도록 하고 다음에는 7개의 명령을 입력해서 실행하게 한다. 학생들이게 “비봇이 책상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하세요”라는 미션을 주고 활동하면, 학생의 책상크기와 비봇의 동선을 고려하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업 후기를 말하고 1차시 수업이 마무리 된다.


  비봇의 좋은 점은 정해진 학습 프로그램(매뉴얼, 학습지)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봇 활용 SW교육을 할 때 매우 답답했던 점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너무 좋은 점이었다는 것을 교육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비봇은 교사를 생각하게 한다. 이것이 필자가 교과 융합형 SW교육을 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필자는 4학년 과학과 5학년 영어 교과를 가르치는 교과전담 교사다. 따라서 담임선생님들게 할당된 주1회의 SW교육시간에 학생들에게 SW교육을 해줄 수 없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여러 SW 교구와 툴을 가지고 과학과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비봇 활용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교과 융합형 SW교육은 비봇 2차시 수업 때부터 실시된다. 이제부터는 필자의 이야기와 여러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융합형 SW교육은 선생님들이 원하는 교과 내용에 따라 진행된다. 미술이나 수학의 경우 펜을 연결해서 네모를 그리거나 도형을 그릴 수 있다. 학생들은 숫자를 배우거나 숫자들의 사칙연산을 배울 때 비봇을 활용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춤을 만들게 할 수 있고, 장애물을 돌아서 이동하거나, 미로를 통과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 국어과의 경우 비봇 과자나라에서 비봇의 여행 연극을 만들 수 있다. 사회과에서는 자신이 사진 마을 지도를 플로터로 크게 뽑아서 15cm 격자(비봇은 한번 움직일 때 15cm씩 이동한다)가 그려진 두꺼운 비닐 소재의 판으로 덮어서 동네 한바퀴 수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2의 답인 3을 찾아가는 활동에서 머리로 셈한 것을 쉽게 까먹은 학생들에게 비봇으로 동일 과정을 체험하도록 해서 얻은 답과 과정을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찬가지로 영어 표현을 외우는 활동시 비봇을 이용해서 하면 머리가 아닌 손, 눈, 발, 즉 몸으로 기억된다는 점이다.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 비봇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하여, 인성까지 기르는 SW교육 교구, 즉 창의 인성 교구로도 변신하게 된다.


Ⅳ. 결론 및 제언


  필자는 원래 교육철학을 전공했다. 교육철학을 하면서 철학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 뇌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접점에 있는 ‘몸의 철학’이란 책을 한 학기동안 숙독한 경험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운 ‘체험주의’를 비봇을 통해서 깊게 느끼게 되었다. 체험주의에서는 인간의 사고가 원래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비유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그릇의 비유인데, 그릇 안에 있는 것과 그릇 바깥에 있는 사물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학생들은 포함관계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체험한 전, 우, 좌, 우, 기다리기 체험을 로고 터틀 로봇에 접목시킨 시모어 페퍼트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더 화려한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5년여동안 비봇을 고수하여 사용한 영국 교사들의 지혜를 볼 수 있다. 이것이 비봇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봉선초 비봇 활용 교육 영상 : bit.ly/beebotKO



※ 본 발표문은 2016 스마트교육학회 동계페스티벌 (2016. 1. 13. 코엑스) 발표문입니다. 발표 영상은 https://youtu.be/FgcKrLRILzc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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