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놀이 물건의 삼색 코드
최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일할 때 노트북, 출퇴근할 때는 승용차, 스트레스를 해소할 때 작은 맥주잔, 그리고 통화할 때 핸드폰을 자주 사용한다. 각각의 물건은 필자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준다. 초등학생들은 어떤 물건을 자주 사용하고, 그들이 아끼는 물건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가진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의 일상과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은 『남자의 물건』이란 책에서, 남자들에게 어떤 물건이 있으며, 그 물건과 그 주인의 삶에 대해 자신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의 가지고 있는 물건은 우리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이 글에서 초등학생들의 물건 중 놀이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Ⅰ. 하늘초등학교 이야기
초등학생의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갈 것이 있다. 우리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산다.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른 환경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내가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의 물건에 대해 조사하거나, 각 물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살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먼저 내가 조사한 학생들이 있는 학교의 환경을 간략히 일러둔다.
나는 먼저 초등학생들이 가지고 있거나, 좋아하고 자주 이용하는 물건을 알아보기 위해서 2014년 9월,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하늘초등학교(가명)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배부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하늘초등학교 학생들의 물건을 개괄적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과 함께 필자는 하늘초등학교 학생들 중 3학년 남녀학생 각 2명, 6학년 남녀학생 각 2명을 선정하여, 여러 차례 집단 면담과 개별 면담을 했다. 또한 하늘초등학교와 같은 남구에 있는 다른 학생들 및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다른 환경에 있는 초등학생의 상황에서 시사점을 발견하는 작업을 하며 그들의 물건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했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성인보다 초등학생은 환경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 하늘초등학교 있는 환경은 다음과 같다. 하늘초등학교가 속한 지역은 이 지역에는 모두 6개의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는 약간 구릉진 언덕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근처에는 근린공원이 있고, 근린공원 옆에는 지역시장이 있다. 지역시장 부근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근린공원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반대쪽에는 주택가가 있다. 학교 언덕을 내려오면 큰 도로가 있어서 사람들과 차들의 왕래가 잦다. 학생들은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 살며, 학부모님들은 학생의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Ⅱ. 하늘초등학교 학생의 놀이 물건
평소에 가지고 노는 물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래 그림을 보면, 가장 많이 가지고 놀았던 물건으로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핸드폰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는 컴퓨터다. 세 번째는 이와 비슷하게 텔레비전을 들었다. 그 다음으로 책, 장난감, 게임기, 운동 용품, 생활용품 순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설문 결과를 자세히 보면, 6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핸드폰과 컴퓨터와 텔레비전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많았고, 3학년 학생들은 보다 다양한 응답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6학년 학생들 중에 축구공, 축구화, 축구 유니폼과 같이 축구관련 용품이 자신의 물건이라고 말한 학생이 많은 점이다. 하늘초등학교에서는 축구부를 학교스포츠클럽 육성종목으로 기르고 있고, 지역인사를 축구코치로 영입하여 2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관련 용품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는 생활용품이다. 특별히 6학년 학생들이 대답했는데, 그들 역시 쿠션, 베개, 이불, 앨범, 안경, 틴트와 같은 자신이 평소 사용하는 용품을 자신의 물건이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새겨진 생활용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흥미 있는 부분은 3학년 학생이 6학년 학생에 비해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물건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장난감과 운동용품을 보면 3학년 학생의 기호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컬처코드』를 집필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인 주창윤은 2000년대 문화 현상들이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고 말하며, 이 원인을 문화가 특정한 결정요인으로 구성되기보다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관계망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시대의 ‘이름 없는’ 개인들이 주도적으로 문화코드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중의 문화 욕구는 세분화되었고, 중심으로 향하는 문화의 구심력은 약화되고, 주변으로 향하는 문화의 원심력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선호가 강하지만, 6학년으로 갈수록 문화코드가 다른 친구나 다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의 수가 적어짐을 알 수 있다.
Ⅲ. 초등학생 놀이 물건의 3색 코드
하늘초등학교 학생이 주로 가지고 노는 물건은 주로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전이라고 상술했다. 아울러, 학생의 기호에 따라 자신의 물건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의 놀이 물건을 어떠한 ‘문화 코드’로 읽을 수 있을까? 주창윤(2000)에 따르면 문화코드는 ‘문화 주체가 보여주는 특정한 양식’이라고 한다. 그는 2000년대 대한 민국을 읽을 수 있는 문화코드로 유목민 코드, 참여 코드, 몸 코드, 섹슈얼리티 코드, 역사적 상상력 코드를 제시했다.
나는 설문지와 면담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놀이 물건을 다음의 3색 코드로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가상 문화, 중독 문화, 스낵 문화가 그것이다. 초등학생들은 자신의 물건을 사용하면서 가상적인 체험을 하고, 그것에 중독되기도 하지만, 스낵과 같이 가벼움으로 허탈해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의 문화는 ‘가상’, ‘중독’, ‘스낵’과 같은 형태를 각각 보이기도 하며, 이것들이 서로 중첩된 형태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물건을 예로 들어 각각 살펴보자.
먼저, 대표적인 가상문화를 보여주는 물건인 핸드폰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학생들은 자신의 핸드폰을 사용해서 전 세계의 정보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자신이 찾은 정보를 자신의 핸드폰에 그대로 복사(스캔)하는 데 익숙하다. 그들은 카메라와 인터넷을 쉽게 사용하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특히 조별과제를 내어줄 때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카톡방(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여러 자료들을 보낸다. 이러한 활동은 모두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서 벌어진다.
초등학교 학생은 가상의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한다. 그들의 대표적인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스>(카카오 스토리)를 살펴보자. 카스는 2010년 3월 18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이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진과 글로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카스>는 카카오톡 이용자 중 상당수가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필 사진과 상태메시지를 바꾸는 사용패턴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비슷하지만 ‘친구공개’와 ‘전체공개’뿐 아닌 공개범위를 정할 수 있어서 사생활이 보다 더 보장된다고 한다. 핸드폰이 학생들이 체험하는 가상체험이라면, <카스>는 학생들의 가상의 ‘집’으로 말할 수 있다.
주창윤은 김예란(2004)의 논문을 인용하며 가상공간에서 ‘집’의 의미를 모색한다(2010: 46). 그에 의하면, 우리가 현실에서 자신의 집이나 방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가상의 집을 꾸미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집과 집의 관계로 이어진다. 현실에서의 탈주는 가상의 집으로 정착하게 하고, 가상의 집에 살고 있다는 불안감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밖으로 확장해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성이 심리적으로 보면 가상의 집에 정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이것이 빠르게 붕괴하는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 심리를 완화해준다. 즉 가상의 공간은 관계적 결핍의 현상을 탈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주창윤, 2010: 124-125). 그러나 이것 역시 일시적 위로일 뿐이지 진정성 있는 타자와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주창윤, 2013: 13).
‘가상 코드’는 저학년 여학생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차밍걸스’라는 장난감이다. 필자는 초등학생의 놀이 물건의 ‘문화 코드’를 찾기 위해 하늘초등학교 6학년 다영이(가명), 은영이(가명)와 여러 차례 면담을 하였다. 이 때 다영이는 자신의 남동생과 여동생이 가지고 노는 물건을 가져왔다. ‘차밍걸스’는 다영이의 초등학생 1학년 여학생 동생이 즐겨 노는 것으로 뚜껑을 열면, 다양한 캐릭터들의 그림이 있다. 노는 방법은 흰 종이를 그림위에 올려놓고 그대로 옮겨 그린다. 다양한 머리스타일과 표정, 얼굴 모양, 의상 등 여러 가지가 있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다. 여자 동생이 생일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데, 심심할 때 마다 가지고 논다고 한다. “1학년들은 상상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열고 닫고 그리고 하다가 흥미 붙이면 계속 해요”라고 은영이는 말한다. “여자애들은요, 인형같은 거 머리 빗겨주고, 화장해주는 것을 좋아해요. 엄마가 화장하는 거 보고 따라서 해요. 장난감 플라스틱 화장품으로 바르는 척 해요”라고 다영이가 덧붙인다. 다영이 동생은 이 장난감 이름으로 ‘공주그림그리는 거’라고 지칭한다고 한다.
차밍걸스는 핸드폰으로 하는 가상적 활동보다 초등학생의 창의성이 더 발현될 수 있는 형태다. 핸드폰에서 제공되는 컨탠츠는 학생이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차밍걸스는 심지어 자신이 캐릭터를 그린 후에 다시 옮겨 그릴 수 있는 정도로 창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제 인형을 꾸미는 활동이 아닌 2차원의 가상적 공간에 구성하는 형태의 놀이 물건이다.
닌텐도는 초등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기다. 아래 사진은 다영이의 4학년 남자 동생이 가지고 노는 닌텐도 게임기 사진이다. 아빠가 TT칩을 사줬다고 한다. TT칩은 145여개의 정식게임들이 있다고 한다. 닌텐도 게임칩 하나에 2~3만원하는데, 그것을 한 칩에 넣어놓아서 경제적이라고 다영이는 설명한다. 필자는 왜 닌텐도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가 궁금했다. 은영이는 이에 대해서 “이것도 애니거든요, 애가 이 애니를 좋아해서 스티커를 붙인 거예요”라고 설명한다.
초등학생 놀이 물건의 다음 코드는 ‘중독’이다. 경향일보(2014. 10. 6. 18면)는 한국사회를 진단하는 기획특집에서 자녀들을 ‘중독사회’로 묘사한다. “학교를 마치면 스마트폰과 한몸이다. 페스북과 카카오톡, 웹툰, 유튜브를 오간다. (중략)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는 일은 ‘카톡’ 메시지 확인,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시간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비슷하다”고 한국 자녀들의 단면을 ‘중독사회’로 재구성했다.
<쿠키런>은 초등학생이 핸드폰으로 하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필자는 면담시간에 다영이가 설치해준 <쿠키런>게임을 한 달여간 해 보며, 다음과 같이 일지를 기록했다.
쿠키런 게임 1일째다. 이 게임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을 것 같다.
1. 칙센트 마하이의 몰입의 조건을 분명하게 가진 게임이다. 목표가 분명하다. 즉각적 보상이 이뤄진다.
2. 반복적이며 빠른 리듬의 음악이 중독이 되게 한다.
3. 그만 하고 싶지만, 계속 빠져든다.
4.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게임을 하지만, 끝나고 나면 또 하게 된다.
5. 카카오톡에 자신과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시스템으로, 경쟁심을 유발한다.
6. 일정 시간에 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이제 그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레벨업이 되면 할 수 있는 횟수가 다시 리셋이 되어 계속하게 된다.
7.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죽음으로 가기 때문에 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8.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것이 아닌 파충류의 뇌(변연계)를 사용하는 시스템이지만, 그것 때문에 짜증이 유발되어 더 하게 된다.
9. 쉽게 접근 가능하다.
10. 간신히 끝내고 나면 머리가 멍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쿠키런게임 3일째다. 왜 이 게임이 중독성이 강한지 느끼고 있다.
1. 레벨이 올라가도 흥미가 반감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펫, 다양한 쿠키별 능력치 등)를 만들어 놓았다.
2. 게임 한 판이 끝나면 코인을 지급하여 준다. 코인을 모아서 아이템이나 쿠키(캐릭터)를 살 수 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면 여러 장치(코인, 수정, 보물 등)를 지급한다. 특히 수정이 많아지면, 자신이 원하는 쿠키를 살 수 있다. 또한 수정은 현금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쿠키를 구입하는 창 제일 처음 두 칸은 능력이 대단한 쿠키를 체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필자도 한 번 체험했는데, 능력이 대단하다. 절제력이 없거나 경쟁심이 많은 유저(사용자)는 현금을 내서라도 그 쿠키를 구입해서 쉽게 게임을 즐기거나 다른 사람들 보다 쉽게 레벨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이 게임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스마트폰 게임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금으로 게임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사버리면, 쉽게 게임이 진행되며, 다른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면, 현실에서도 돈이면 뭐든지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배금주의가 게임으로부터 현실로 전이되는 것이다.
<쿠키런>은 다양한 장치로 중독을 유발한다. 성인 사용자인 필자도 중독었되는데, 초등학생의 경우는 더 쉽고, 깊게 중독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면담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6학년 남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생이 매일 <쿠키런>만 하고 있어서 1년 동안 핸드폰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쿠키런>은 전체 게임 이용자의 순위를 보여주지 않는다. 카카오톡 안에 들어가 있는 친구들의 목록이 순위가 되고, 내 점수가 오르면 누구와 순위가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순위가 일주일마다 리셋이 되므로 1등이 되는 쾌감을 누릴 수 있다. 이 게임은 하트 혹은 열쇠를 모아야 게임을 할 수 있어서 하트나 열쇠를 모두 쓰면 10분을 기다리거나 돈으로 하트를 사서 게임을 해야 한다. 즉, 이 게임은 카카오톡과 연계해서 더 많은 친구와 경쟁 또는 비교할 수 있고, 하트를 주고받음으로써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으며, 친구의 쿠키와 펫 혹은 상점에서 파는 쿠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더욱 단순하게 몰입되고, 그것이 중독을 쉽게 가져온다.
상술한 <카스> 역시 대표적인 ‘중독 코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쿠키런>이 남학생들이 주로 하는 게임이라면, <카스>는 여학생이 주로 하는 SNS다. 은영이는 “여자는 게임 많이 안해요, 그냥 핸드폰 키면 바로 카카오스토리 들어가서 확인하고, 친구들끼리 댓글로 이야기도 하고 하다보면 빠져들어요. 확인하고 껏다가 알림 울리면 확인하고 반복해요”라고 말한다. <카스>에 대한 중독 현상을 겪은 다영이의 말과 현재 중독으로 고민중인 은영이의 말을 들어 보자.
5학년 올라가기 전에 처음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카톡을 제일 먼저 깔게 되엇지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던 저는 카톡을 하다보니까 그냥 저 스스로 방법들을 마스터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친구들이 하는 앱들을 살펴보는 도중 "카카오스토리"라는 앱이 있더군요. 친구가 하는 것이 재밌게 보여서 깔았죠. 카톡보다 더 어려운 앱이었어요. 차근 차근 알아가다 보니 자기가 먹은 것, 한 것 등등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것이었어요. 마치 페북처럼요…. 저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으면 하는 게 카톡, 카스 밖에 없는 것 같네요. 핸드폰만 키면 카스를 먼저 들어가서 친구들이랑 댓글로 이야기도하고 느낌도 달고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저는 제가 어느새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공부할 때 핸드폰을 옆에 놓고 하거나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놔둬도 자꾸 신경 쓰이고 핸드폰 압수나 없어지면 불안한 증세가 나타났어요. 특히 카스를 하다보면 악성댓글이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친구신청을 하거나 아는척 하면 진짜 짜증나고 핸드폰을 없애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2G폰 쓰는 친구들이 스마트폰 쓰는 친구들을 보면 게임하고 카톡하고 하는 것 때매 부러워서 부모님이 사주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도 스마트폰이 생기고 좋긴 좋았는데 제 생각엔 핸드폰이 "방해꾼"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2014. 10. 23 다영 면담지에서).
부모님께서 카스, 카톡을 하면 시간도 낭비되고 스마트폰 중독, 공부하는 시간, 집중력도 떨어진다고 카스, 카톡을 못하게 하셨죠. 그래서 저는 그냥 유투브, 여러 가지 웹툰, 인터넷 소설 같은 것을 봤어요. 하지만 지금 전 카톡은 못하고 카카오스토리를 친구 쓰지 않는 계정을 사용하여 몰래 카카오스토리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냥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면 너무 재미있게 보이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정보를 주니 괜히 하고 싶어지는 욕심에 하고 말았지요. 왠지 모르게 중독성이 강했어요. 처음 깔아 보니 다 여러 가지 기능이 다 신기했고 여러 가지 정보 등등 이야기를 보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점차 적응해갔고요. 그런데 점점 적응할수록 친구들이 남을 좀 찔리게 하는 저격글 등을 올리는 것을 보았고, 질문글, 홍보글, 자기가 먹었고 놀러가서 재미있었다는 글 사진도 올리고 그랬죠. 그래서 이 친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근데 이제 카스에서 인기 있는 얘들, 없는 얘들이 갈라지는데, 인기 있는 얘들은 글을 올리면 느낌, 댓글이 잘 올라오는데 인기가 별로 없는 얘들은 댓글, 느낌은 별로 없죠. 그래서 그 얘들은 좀 소외감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랬죠. 그리고 나랑 친한 얘들이 딴 사람 스토리에서만 댓글 달고 내 스토리에는 댓글을 안 달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왠지 모르게 실망하고, 소외감을 너무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놓고 욕하는 글, 남을 찔리게 하는 글도 올라오고요. 카카오스토리는 어쩌면 두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좋은 정보, 이야기, 새로운 사진 정보를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가 있고 남을 아프게, 힘들게 하는 얼굴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이게 한 번 재미들으면 중독이 심하다는 걸요. 지금도 제가 느껴요. 제가 지금 좀 스마트폰중독이 조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요. 제 친구들 중에도 진짜 많아요 자기는 스스로 중독이 아닌거라고 확신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되돌리긴 힘들다는걸요(2014. 10. 23. 은영 면담지에서).
이처럼 초등학생은 남학생은 게임에, 여학생은 SNS에 중독될 우려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가족부가 학령전환기(초4·중1·고1) 청소년 156만여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함께 실시한 ‘2014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86,599명으로 2013년에 비해 감소하였으며, 그 중 고위험군은 26,296명, 잠재적 위험군은 160,303명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14.6.30). 그러나, 중·고생의 위험군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초등 4년의 경우는 전년(10,372명)에 비해 2,811명 증가한 13,183명으로 조사되어 스마트폰 중독이 저연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초등학생의 핸드폰 중독이 점점 일반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마지막 초등학생 놀이 물건의 코드는 ‘스낵코드’다. ‘스낵코드’는 초등학생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의 ‘단순성’을 뜻한다. ‘스낵컬처’는 순간의 달콤함이나 가벼운 웃음을 주는 가벼운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주창윤, 2013: 35). 성인들에게 <애니팡>이 대표적인 스낵컬처식 핸드폰 게임이라면, 초등학생들에게는 <쿠키런>이 있다. ‘스낵컬처’라는 말은 원래 사회로서의 역사 밖에 위치하고 싶어 하는 대중이 초콜릿처럼 한입의 달콤함을 주거나 새우깡처럼 바삭거리는 가벼움의 문화를 추구함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2007년 5월 미국의 트렌드 잡지인 『와이어드』는 음악, 방송 등 관련 비즈니스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입 사이즈’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포맷이 중요한 문화트랜드가 되었음을 다양한 사례(싱글 앨범, 짧은 동영상 등)를 통해서 보여줬다고 한다. 작년에 유행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초등학생이 즐겨보는 유튜브 동영상, 웹툰, 그리고 쿠키런, 애니팡 게임이 이에 해당하는 문화적 컨텐츠다.
핸드폰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 일상의 틈새시간은 이러한 게임들로 채워진다. 그 한 입의 달콤함 속에는 친구와 경쟁이 있고,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이 있으며 순간의 짜릿함도 있다. 학생들은 가벼운 게임을 하며 쉽게 참지 못하는 성격이 되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감성을 갖게 된다. 필자가 그랬듯,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한입의 달콤함을 또 다시 경험하기 위해 그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스낵코드’의 특성을 보여주는 초등학생의 다른 놀이 물건은 아래 제시된 ‘쿠키런 딱지’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쿠키런>이란 핸드폰 게임의 캐릭터를 딱지로 만든 것이다. 이 ‘쿠키런 딱지’로 딱지 시합을 해서 뒤집어지면 이긴다고 한다. 쿠키런 딱지를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개인당 1초로 매우 짧다. 승부가 단순하고 가볍게 결정난다.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생활 용품과 장신구에도 그들의 ‘스낵코드’를 엿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다영이와 은영이가 팔에 찬 팔찌 사진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필자 : 이것은 무슨 의미가 있어요?
다영 : 그냥 우정 팔찌 그런 거예요.
필자 : 누구랑 우정인데?
은영 : 친구들이랑.
필자 : 아, 자기 카톡에 있는 개네들 우정?
다영 : 예.
필자 : 이건 어디서 사는 거야?
다영 : 그 시내 악세사리같은 거 파는 데 있잖아요. 싼데. 그런데서 사는데요.
은영 : 그런 데서 애들끼리 맞추고….
필자 : 그러면 불편하잖아. 세수 할 때나.
다영 : 그냥 끼고 하는데.
은영 : 예.
필자 : 언제까지 이거 해야 해? 우정 깨질 때까지?
다영 : 우리는 그냥 하고 다니는 데….
은영 : 아니요 그냥 하고 싶을 때 하고 안하고 싶을 때 안하고….
필자 : 왜 이 모양으로 했어요?
은영 :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맨무늬 그냥 검은색하고 하얀색 있었고, 별모양 하트모양 있었는데, 하트는 저희 둘 다 싫어하고, 맨무늬는 허전하고, 저희 둘 다 별모양이 맘에 들었어요.
다영 : 6학년 눈에는요, 좀 독특해보이고, 좀 다른 애들과 다른 것이 좋아요. 막 어릴 때는 엄마가 사 준 것 아무거나 하잖아요. 저학년 때요. 4학년 때부터 용돈 받고 나서 내가 사고 싶은 거 사요. 제 꿈이 외교관이거든요. 서점 같은데 가서 영어에 관한 책이랑 영어 속담책 그런 거 사요.
필자 : 자기가 관심 있기 때문에?
다영 : 제 꿈에 맞는 거 먼저 사고, 다음에 돈 남으면 여러 가지 싼 거 사고.
은영 : 저는 책보다는 학원, 태권도요. 행동으로 하는 거요.
다영이와 은영이에게 우정팔찌는 매우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가볍게 그들의 우정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또한 이것을 계속 착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그냥 하고 싶을 때 하고 안하고 싶을 때 안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벼움 속에도 자신을 표현해주며,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낵코드’의 물건을 좀더 살펴보자. 아래 왼쪽 사진은 애니팡 게임에 나온 캐릭터가 있는 ‘스토쿠게임’이다. 다영이의 4학년 남자 동생이 성당에서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오른쪽 위의 사진과 같이 캐릭터를 맞추면 된다고 하는데, 많이 섞으면 어렵다고 한다. 문방구에서 파는 데, 하다보면 재미있다고 다영이는 말한다. 중간 사진은 ‘메탈베이블레이드’에서 나온 팽이다. ‘메탈베이블레이드’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만화다. 초등학생은 레고시리즈 놀이처럼 복잡한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팽이처럼 즉시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노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노는 것에 애니메이션이나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캐릭터나 물건이 새겨있는 것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 오른쪽은 런닝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온 ‘절대딱지’다. 이것 역시 문방구에서 판다고 하는 데, 구입해서 스스로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남학생이 주로 하는 온라인게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남학생이 주로 하는 게임에 대한 다영이와 은영이의 생각을 보면, 남학생들은 결과가 쉽게 나오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든어택>, <피파3>, <리그오브레전드>게임은 게임의 결과를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다. 학생들은 게임 속에서 단순하게 게임속 캐릭터를 조종한다.
다영 : 선생님 애들 맨날 피시방 가요.
은영 : 맞아요. 서든, 피파, 롤….
필자 : 왜 그런 게임을 좋아할까?
다영 : 남자들이 잔인한 걸 좋아하잖아요, 막 총 쏘는 것. 근데, 막 애들이 하고 있는 게임이 롤, 서든 그런 거잖아요. 그게요, 다 총 쏘는 게임이나 사람 죽이는 건데 그걸 해요 애들이.
은영 : 근데 그나마 제일 나은 게 피파예요. 피파가 축구게임이거든요.
다영 : 피파는 괜찮아요. 애들이 캐릭터 한 명 선택해가지고 축구하는 거라서 괜찮은데….
은영 : 근데 서든하고 롤은 사람 죽이는 거예요.
필자 : 왜 그런 걸 좋아할까?
은영 : 애들이 그런 걸 하면은요, 사람 죽이면, 쾌감을 느껴요.
필자 : 애들이 느낀다고?
은영 : 아니 그런게 있어요. 이기잖아요.
다영 : 막 이기면 애들이 막 좋아해요.
필자 : 좋아해?
은영 : 예.
다영 : 사람 다 죽이고 나서, 자기만 살면 진짜 좋아해요.
필자 : 이겨서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은 죽여서 좋아하는 거야?
은영 : 아니 진짜 그런 게 아니라 반반이예요. 이겨서도 좋고, 조금, 사람 죽여서 이기는 거잖아요. 게임에서는, 이기면 게임 속 아이템 사는 돈도 나오고 그래요
남학생의 놀이 물건인 온라인 게임에서 그들의 ‘스낵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면 여학생들은 ‘웹툰’에서 그들의 ‘스낵코드’를 볼 수 있다.
필자 : 여학생들은 핸드폰 가지고 주로 뭐해요?
다영 : 웹툰.
은영 : 저는 카스나 만화봐요.
필자 : 요새 웹툰 어떤게 있어요?
은영 : 저는 다 봐요. 저는 제일 좋은 게 연예혁명이예요.
필자 : 연예 혁명, 또 뭐가 있어?
은영 : 많은데.
필자 : 다 본다는 게, 네이버에서 보는 거야? 다음에서 보는 거야?
은영, 다영 : 네이버, 네이버.
은영 : 네이버께 제일 재밌어요.
필자 : 재밌다는 의미가 뭐야?
은영 : 그 장르가 여러 개 있어요. 로맨스, 판타지 여러 가지 있어요. 예를 들어 다영이는 판타지를 좋아해요, 그럼 다영이는 판타지를 주로 보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개그를 좋아해요, 그럼 저는 개그 주로 보는 거예요.
필자 : 그러면은 웹툰 작가들은 따로 활동하는 거야?
은영 : 그려서 매니저한테 내 가지고, 자기도 돈도 받고…, 예를 들어 만화를 완결했어요, 제일 인기 많은 거는 책으로도 나와요.
다영 : 샘, 이거 1위에요. 이거.
필자 : 마음의 소리가 지금 1위라고?
다영 : 지금 이거 책 있어요.
은영 : 지금 책 있어가지고, 책 내고 돈받고 그래요. (2014. 9. 17 면담)
저는 핸드폰을 키면 제일 먼저 카카오스토리를 보죠.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건 바로 만화보기 바로 웹툰이죠. 제가 웹툰을 보기 시작한 것이 3학년 때부터였어요. 그냥 처음부터 읽을 때에도 바로 재미가 있었어요. 등장 인물 성격, 그림체, 스토리 너무 다 마음에 들었죠. 장르별도 여러 가지 있죠. 개그, 순정, 공포, 미스터리, 드라마, 학원물, 추리, 사극, 무협 등등 여러 가지 있죠. 정말 그냥 고를 것도 없이 다 재미있어요. 그 중에도 저는 그래도 추리랑, 순정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추리는 사건이 터지는 흥미와 마지막 범인을 맞출 때의 쾌감 다 완벽하죠. 그리고 순정은 그냥 사랑,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에 설렌다는 거죠. 그냥 그자체가요. 제일 유명한 웹툰이 네이버 웹툰이고요, 그 다음 다음웹툰 등등 여러 가지 엄청 많아요. 그런데 이런 만화에도 문제가 있죠. 19같은 경우 그걸 뚫어서 보는 얘들도 있고 너무 잔인한 장면, 좀 야한 장면을 본다면 아직 자라는 얘들한테 정신적으로 영향이 갈 것 이라고 생각을 해요(2014. 10. 15. 은영 면담지).
제가 제일 처음으로 본 웹툰은 "와라편의점"입니다. 이 웹툰을 보다보니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티비방영이 나왔더군요. 그리구 만화책으로도 나왔구요. 이 매력에 빠져든 저는 "일상날개짓, 마음의 소리" 등등 여러 가지 웹툰을 보았어요. 카카오스토리에 이어 웹툰에 중독된 저는 초콜릿처럼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만화책을 한 두권 사게 되구 티비로 더 실감나게 보고 싶어서 자꾸자꾸 보게 됐죠. 웹툰은 정해진 요일마다 한 회씩 나오기 때문에 자꾸만 기달리게 되고 신사탕을 먹고 난 것처럼 방방 뛰게 되요. 카스가 질릴 땐 웹툰으로…, 웹툰이 질릴땐 카스로…, 둘 다 질릴 땐 티비를 보죠.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을 둘러보던 저는 웹툰 캐릭터 게임과 스마트폰 모바이 게임을 찾게 되엇어요! 저는 게임을 많이 안해서 많이 흥미롭지 않더군요.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웹툰 이야기할 때 나 혼자 몰라서 빠지면 소외된기분이랄까? 친구들이 나를 유행캐릭터, 요즘 유행하는 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도 되고 되게 기분이 이상했어요. 결국 웹툰은 나에게 중독으로 이어졌고 친구들 사이에서 모르면 안 되는 것으로 됐죠(2014. 10. 15. 다영 면담지).
은영이와 다영이와 같은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주로 웹툰을 본다. 다영이는 ‘일상 날개짓’이라는 웹툰을 좋아하는 데, 캐릭터가 귀여워서 1화부터 계속 봤다고 했는데, 그것이 1위가 되었고, 책으로도 나왔다고 한다. 그 외에 핸드폰으로 영어 강의 동영상이나 팝송과 같은 유튜브 영상을 본다고 한다.
이처럼 초등학생의 놀이 물건은 ‘가상’, ‘중독’, ‘스낵’ 문화의 특성을 보였다.
Ⅵ. 맺는 말
이 글에서 초등학생들의 놀이 물건을 살펴보았다. 초등학생들은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전을 즐겨 사용한다. 필자는 초등학생들이 그들의 물건을 ‘가상적’으로 사용하고, ‘중독되어’ 사용하고, ‘스낵처럼 가볍게’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교육이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모두 빼앗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많은 처방이 있겠지만, ‘중용(中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들이 ‘가상문화’, ‘중독문화’, ‘스낵문화’를 살아간다면 그 반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먼저 ‘가상’의 반대로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시켜줘야 할 것이다. 핸드폰으로 하는 가상체험은 손으로 직접 만지고, 조작해야할 초등학교 학생시기에 해로울 수 있다. 증강현실로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며, 손가락 터치에 의존한 경험보다는 실제 그곳에 발로 가서 자신의 손으로 실제 물건을 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때론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들어서 가상경험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 경험한 흙내음, 산, 바다는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그들의 감성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들이 다양한 상황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이고, 자녀가 잠자리에 들기전 자기 방에서 누워서도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한다면, 핸드폰을 차단하는 시간과 공간(전자파 차단구역) 설치하는 것을 권한다. 가령, 특정 시간(22시 이후)에는 특정 공간(자기 방)에 핸드폰을 들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시간이 되면 핸드폰은 특정한 곳(거실 혹은 부모님방)에 둔다. 물론 비밀번호를 학생에게 걸어두게 한다. 왜냐하면 고학년의 경우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생이 지나치게 핸드폰 사용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앞서, 흥미로운 경험을 소개하려 한다. 나는 현재 광주광역시의 지역교육지원청의 영재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있는 영재교육원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소재한 학교의 학생들 중 영재성이 보이는 학생들을 위한 기관이다. 영재수업 이후 쉬는 시간에 필자가 집필 중인 초등학생의 물건 이야기를 하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필자가 있는 영재교육원은 광주광역시 중 가장 잘 살고, 실력이 높은 학생이 모인 곳인데, 흥미로운 답변을 들었다. 20명의 학생중에서 핸드폰이 있는 학생은 5명밖에 안되고, 그중 스마트폰은 2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은 평소에 아버지와 장기나 오목을 둔다고 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은 책이나 체스판을 들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나 <서든어택>과 같은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혀 모르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초등학생의 경우 핸드폰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중고등학교 때 구입하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제 미국 초등학교의 경우 핸드폰을 소지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가상의 체험이 아닌 실제 자신의 손과 발로 하는 조작활동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독’의 반대로 다양한 형태의 체험을 많이 시켜줘야 할 것이다. 중독을 유발하는 물건을 때론 격리해서 다른 형태의 즐거움이 우리 세상에 많이 존재함을 그들이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가족끼리 소소한 윷놀이, 아버지와의 장기, 친구와 오목, 혹은 새신을 싣고 산책하기 등 우리 주위에는 많은 즐거움이 있다. 그것들을 초등학생들이 누리게 해야 할 것이다. 가령,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전이 없는 캠핑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때부터 그 학생은 자신의 ‘결’에 맞는 자신만의 물건을 찾게 될 것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모를 때, 그는 사회의 대표적인 트랜드에 휩쓸려갈 수 있다.
주창윤은 2013년 『허기사회』에서 우리 사회의 트랜드로 ‘피로’ 내지 ‘소진’을 제시한다(2013: 28). 과도한 긴장과 과부하를 주는 자기 자신과의 전쟁으로 인해 지쳐가는 ‘피로’ 현상과 "일이든 공부이든 노는 것이든, '끝을 볼 때까지' 자신을 탈진시킬 만큼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완전한 방전'이 일상이 되어가는 사회", 즉 ‘소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령, 에너지 드링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언어습관, 놀이문화 등의 저변을 관통하는 공통의 요소에는 소모의 자학적 경지를 추구하는 소진 상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성과중심주의, 경쟁중심주의 사회이고, 소진은 은밀히 권장되는 미덕이 되고 있다는 그의 분석은 열정보다 때로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경구를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스낵’의 반대를 경험케 해줘야 할 것이다. 기다림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편지가 사라진 요즘, 종이 편지를 자녀와 주고받는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콩이나 토마토를 심어볼 수도 있다. 고전을 함께 읽을 수도 있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오래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자신만의 생각이 드러난 프로젝트 활동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가족과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을 패키지 관광이 아닌 자녀들에게 계획해보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집에서 빈대떡이나 파전을 만들어서 먹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예란(2004). 가상공간의 공동체 문화탐색: 사이월드 문화를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12권 3호. 55-89.
김정운(2012). 남자의 물건. 21세기북스.
주창윤(2010). 대한민국 컬처코드. 21세기북스.
주창윤(2013). 허기사회. 글항아리.
참고 자료
경향신문(2014. 10. 6.) 부부는 피로사회, 절벽사회… 자녀는 잉녀사회, 중독사회. 창간기획68 한국사회는 ○○사회다. 18면.
여성가족부(2014. 6. 30). 초4/중1/고1 인터넷중독 위험군 10만5천여명, 스마트폰중독 위험군 18만7천여명. 보도자료. www.mogef.go.kr
참고설문지 통계 자료
종류
|
3학년
|
6학년
|
전체
| |
핸드폰
|
34%
|
63%
|
49%
| |
컴퓨터
|
23%
|
51%
|
38%
| |
TV
|
30%
|
36%
|
33%
| |
장난감
|
<유희왕> 카드
|
9%
|
22%
|
16%
|
트럼프 카드
|
6%
|
3%
| ||
인형
|
3%
|
2%
|
3%
| |
레고
|
2%
|
2%
|
2%
| |
포켓몬 카드
|
2%
|
1%
| ||
아이언맨
|
3%
|
2%
| ||
비눗방울
|
1%
|
1%
|
1%
| |
캡틴아메리카
|
2%
|
1%
| ||
딱지, 나무토막, 흙놀이,
스카이 콩콩, 소꿉놀이, 스프링, 무선자동차, 건담, 퍼즐
|
각1%
|
5%
| ||
책
|
<마법천자문> 책
|
16%
|
14%
|
15%
|
책
|
2%
|
6%
|
4%
| |
만화책
|
3%
|
2%
|
3%
| |
<Why>책
|
3%
|
2%
| ||
종이접기책
|
1%
|
1%
| ||
태극천자문
|
1%
|
1%
| ||
게임기
|
닌텐도
|
8%
|
6%
|
7%
|
보드게임
|
2%
|
1%
|
2%
| |
닌텐도wil
|
1%
|
1%
| ||
아이패드
|
1%
|
1%
| ||
운동용품
|
축구공
|
1%
|
13%
|
7%
|
자전거
|
7%
|
4%
|
5%
| |
공
|
1%
|
6%
|
4%
| |
줄넘기
|
7%
|
3%
| ||
축구화
|
4%
|
2%
| ||
축구유니폼
|
3%
|
2%
| ||
야구공/글러브
|
2%
|
1%
| ||
탱탱볼
|
2%
|
1%
| ||
인라인, 샌드백,
스케이트보드, 농구공
|
각1%
|
2%
| ||
그네
|
1%
|
1%
| ||
생활용품
|
쿠션, 배게, 이불
돈, 앨범, 안경, 틴트
|
각1%
|
4%
| |
학용품
|
색종이
|
1%
|
2%
|
2%
|
종합장
|
2%
|
1%
| ||
미술용품
|
글라스데코, 클레이
|
각1%
|
1%
| |
이젤, 십자수
|
각1%
|
1%
| ||
장신구
|
세월호기념팔찌
|
1%
|
1%
| |
악기
|
피아노
|
1%
|
1%
|
그런데, 전반적인 내용이 "가상", "중독", "스낵"이란 용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된 느낌도 좀 있는듯요. 중독의 경우 강한 모티베이션이나 피드백, 스낵의 경우에는 경량인대신 주기적인 가벼운자극으로 실제 자극의 횟수가 잦아지는 특징도 갖습니다. http://fstory97.blog.me/7018990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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