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재 '미래를 바꾸는' 유·초등 교육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 제발 사회에서 되는 것이 학교에서 되게 해주세요.

2017 여시제 
'미래를 바꾸는' 유·초등 교육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 응모한 글입니다. 



제발 사회에서 되는 것이 학교에서 되게 해주세요.

유안초등학교
교사 최만

학교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
학교에서 구글 드라이브가 안 열린다.
학교에서 유튜브 접속이 안 된다.

필자는 전자신문 넥스트 데일리에 제사학교라는 칼럼을 기고했었다. 제발 사회에서 되는 것이 학교에서 되게 해주세요! 라는 의미다. 아울러 점점 더 고착화 되는 학교 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필자가 올해 초 삼성 경제 연구소에서 미래교육관련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늘 그랬듯이 구글 프리젠테이션 강의안을 준비해서 크롬 브라우져로 접속했다. 어머나! 구글이 안 들어가진다. 정확히 말해 구글 드라이브가 안 들어가진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대로 시연 되었다.

그렇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구글 드라이브, 네이버 드라이브 등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접속할 수 없다. 또한 다음 메일이나 지메일 등 상용 메일을 사용할 수 없다. 각 시도교육청이 막아놨기 때문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2007년 교육부에서 나온 정보보안지침에 근거해서 막았다고 한다. 물론 사용 허가 공문을 보내서 사용할 수 있지만 각 컴퓨터마다 허락을 받아야 하고, 각 사이트마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공유와 협업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학교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학교에서 막힌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3월 경기도 교육청은 상용 메신저 사용을 순차적으로 금지하는 공문을 내린다. 교육청 메신저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개학날 공문대로 선생님들이 교육청 메신저로 접근했지만, 서버가 다운되고 말았다. 다시 상용메신저 사용은 5월로 유보된 상태다. 선생님들이 학교 상황과 개인 상황에 맞는 최상의 메신저를 사용하시면 더 탁월하게 교육을 진행하실 수 있으실 텐데, 사용 금지라는 공문까지 보니 매우 안타깝다.

학교에서 막힌 것 중 제일 시급한 문제는 와이파이다. 즉 무선인터넷이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와이파이를 구현하기가 매우 힘들다. 필자는 2015년 와이파이를 학교에 구축하는데 딱 1년 걸렸다. 보통 와이파이, 즉 무선 인터넷을 구현하려면 안테나가 달린 공유기를 유선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끝난다. 학교와 같이 고정 인터넷 주소를 쓴다면 그 인터넷 주소만 공유기에 연결하면 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와이파이를 구축하려면 상당히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일단 공유기 문제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각 시도교육청 정보원 서버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정보원 서버에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이 가능한 공유기를 사야한다. 시교육청 무선 네트워크 담당자님은 라이센스 받은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가된 공유기를 사용하라고 했다. 2015년 당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즉 교육청에서 인정하는 공유기는 총 3개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한 대에 백만원 대였다.

그리고 학교 인터넷선 문제다. 일단 공유기만 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공유기에 맞는 학교 인터넷선을 연결해야 한다. 학교 인터넷 서버에서 공유기를 설치할 교실로 인터넷선을 연결해야 한다. 선생님의 경우 인터넷 선을 연결할 때 서버까지 아시는 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교 네트워크를 유지보수하는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학교 네트워크 유지보수 업체에서 특정 회사의 공유기를 선호하는 경우, 학교에서 비싸더라도 그 회사에서 나온 공유기를 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임의로 설치하게 되면 무선공유기에 이상이 있을 경우 학교에 계약된 유지보수 업체 이외의 그 공유기 업체를 불러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발생한 문제가 학교 인터넷의 문제인지 네트워크 문제인지 무선공유기의 문제인지 애매할 경우 더 복잡해져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는 유지보수 업체의 말을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공유기를 설치했다고 하자. 이젠 그 공유기에 접속될 장비마다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서 하나씩 등록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개인 스마트폰으로 교육용으로 무선 공유기를 이용하는 경우 선생님 디바이스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드려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무선환경을 설치했지만 공립 교사의 경우 지역에 따라 4~5년 학교를 바꾼다. 그래서 정작 설치하고 나면 얼마 안 되서 학교를 옮기게 된다. 필자 역시 일 년만에 학교를 옮겼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선생님들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설치 과정을 포기하게 된다. 필자처럼 무선 인터넷을 활용해서 가상현실활용 교육 등 미래 교육을 하는 경우 에그나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하신다. 그러나 필자의 LTE에그 22기가와 스마트폰 테러링 8기가는 수업에 활용한 일주일도 안 되서 금방 동이 난다. 가장 큰 문제는 필자 개인의 무선 접속번호를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하거나 그 때 그 때 마다 비밀 번호를 바꾸는 문제가 매우 번거롭다. 물론 데이터 요금도 만만치 않다. 학교에 집에서 사용하는 상용인터넷서비스를 설치하려면 이 역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당히 쉽지 않다.

학교의 유선인터넷 상황은 어떤가? 기가인터넷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회에서는 이미 기가 인터넷을 넘어선 4G, 5G, 사물인터넷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학교에선 너무 요원한 이야기다. 학교에 있는 인터넷선은 15년 전 구축한 선이 대부분이여서 최대 100메가 바이트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업시간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접속하는 교사가 많은 경우 속도가 느려진다.

선생님들은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동기유발 자료로 주로 유튜브 영상과 같은 인터넷 자료를 활용하는데, 학생과 교사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유튜브로딩 화면을 보면서 기다리면서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느림과 기다림이 어느덧 교사와 학생에게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는 어느순간 당연히 느린 곳, 당연히 기다리는 곳이 되어버렸다.

필자가 유선인터넷으로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한 경우가 있었는데,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귀하의 무선인터넷 상황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라이브가 중단된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 라이브 경우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테스팅을 해서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도 유튜브 등 다른 어떤 라이브 서비스보다 탁월하게 라이브 중계를 해주는데, 학교에서 무선도 아닌 유선인터넷으로 라이브를 중계했는데, 끊겨서 너무 당황했다. 당황함은 이제 씁쓸함이 되었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경험할 미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에 미래형 기술을 도입해주세요 라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고 비싸다.

학생들은 어느 순간 새로운 장소에 가면 “야~ 거기 와이파이 돼?” 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이 느리면 쉽게 기가 인터넷으로 바꿀 수 있다.

학생들이 살아갈 환경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일 것이다. 학생들은 디바이스나 컴퓨터 본체와 같은 물리적 장비에 구현받지 않고, 자신의 아이디나 목소리 혹은 얼굴 등 자신을 인식하는 수단으로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에 접속해서 생활하는 심리스 환경일 것이다.

미래를 바꿀 혁신은 멀리 않다. 미래는 미리 와 있다. 교육을 바꾸려먼 최소한 사회에서 현재 쓰고 있는 와이파이, 빠른 유선 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상용 메신저 서비스 등 사회의 기술을 학교에서 쓰게 해야 한다. 최소한 현재 사회에서 사용되는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로 지금 기술을 해명해주어야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누구나 쉽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구글 익스페디션은 전세계, 우주, 바닷속, 직업 체험 등 630여가지 컨탠츠를 360영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장면을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이 컨탠츠는 교사가 모든 학생들이 어디를 보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와이파이가 필요하다. 올해 초 전세계 2백만명 학생들이 체험했고, 영국에서만 백만명이 체험했다고 한다.

우리가 첫키스, 첫사랑을 잊지 못하든 학생들의 교육현장 체험은 미래를 살아갈 그들에게 필수적일 것이다. 실제 체험이든 가상 체험이든 체험은 강력하다. 와이파이는 이러한 체험을 통한 교육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정부는 올해 4월 공공와이파이 정책을 발표하고 실제적으로 통신사 3사는 8월까지 전국 22만개의 기지국 와이파이를 시민에게 공유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외딴섬이다.

한 회사 중견 간부는 대학 교수에게 대학생에게 복잡한 것 가르치지 말고 엑셀이나 제대로 가르쳐서 대학을 졸업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사회에서 흔하게 쓰는 기술을 학교에서 교사들이 흔하게 사용하고, 학생도 흔하게 쓰면 사회에서 다시 배우지 않고, 오히려 적용해서 더 나은 사례를 만들 것이다. 제발 사회에서 되는 것이 학교에서도 되면 좋겠다.

로마는 대제국을 건설하며 길부터 닦았다고 한다. 교육은 백년을 바라보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쾌적한 인터넷선을 가졌다고 자랑하기 전에 우리나라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의 인터넷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수하는 것부터 교육은 혁신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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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4. 메일이 왔다. 




결국 이 공모전 출품은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 

미래를 바꾸는 유초등 혁신 아이디어에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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